'슈퍼 사이클' 반도체 호황에 정부 성장률 전망치 3년 만에 3%대 예측
제조업 가동률 잇따라 하락해 구조 위기 '경고등'

조선업계가 수주 가뭄 등으로 대대적인 구조조정 위기를 맞은 가운데 26일 이달부터 작업을 중단한 현대중공업 온산공장에 정적이 흐르고 있다. ©yonhapnews

[일요경제] 오랫동안 불황에 신음했던 한국 경제가 작년 말부터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년 만에 3%대(3.0%)를 탈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산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하는 등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한강의 기적'을 주도한 제조업의 구조적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반도체를 이을 주력 제조업이 마땅히 없는 상태에서 반도체가 꺾이게 되면 한국 경제가 다시 내림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6%로 전 분기(72.8%) 대비 1.2%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들이닥친 2009년 1분기(66.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분기 기준으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1998년(66.4%) 이후 최저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제조업의 생산능력 대비 실제 생산실적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외환위기 이후 2000년대 들어서는 꾸준히 70%대 중후반을 유지했다. 80%를 넘을 때도 많았다.

그러나 2011년 3분기 80.9%를 끝으로 단 한 번도 80%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2년부터 우리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맞물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2011년(80.5%) 이후 2012년 78.5%, 2013년 76.5%, 2014년 76.1%, 2015년 74.5%, 2016년 72.6%까지 떨어졌다.

평균 가동률 하락 만이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와 같은 특정 산업만 생산능력을 강화하는 '올인' 문제도 함께 노출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12.8이었다.

생산능력지수란 인력·설비·조업시간 등이 정상적으로 생산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가능량을 지수(2010년=100)로 지수로 나타낸 것이다.

한국 제조업의 생산능력은 매년 꾸준히 향상되고 있기는 하다.

1998년 54.5였던 생산능력지수는 2000년 65.3으로 60을 돌파했다. 2003년 70(71.7)을 돌파하고서 2006년 80.9, 2009년 92.7, 2014년 110.4까지 올라섰다.

문제는 생산능력지수가 업종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이면서 착시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제조업의 올해 2분기 생산능력지수는 256.5를 기록했다. 2010년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의 고도성장기를 이끌었던 업종인 섬유 제품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는 1998년 157.3을 기록하고서 꾸준히 하락하는 등 정반대의 모습이 나타난다.

2012년(104.4) 반짝 상승한 섬유 제품 제조업 생산능력은 다시 하락, 올해 2분기에 92.8을 기록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최근까지 한국 경제를 견인했다고 평가받은 자동차와 선박의 생산능력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업은 꾸준히 상승했지만 2011년과 2012년(101.6) 정점을 찍고서 생산능력이 감소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는 99.6을 기록, 2010년보다 생산능력이 오히려 퇴보했다.

선박 및 보트 건조업도 작년 조선업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라 생산능력이 줄었다.

1998년 50.9 수준이었던 생산능력은 단 한 번도 감소하지 않고 증가해 2014년 107.8까지 성장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작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추진되면서 생산능력지수는 105.2로 뒷걸음질 쳤고, 올해 2분기는 105.1로 더 낮아졌다.

이러한 반도체 특수 착시 현상은 IMF 외환위기 이전에도 있었다.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은 1998년 재정경제원 차관 시절 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반도체 특수에 취해 외환위기가 닥쳐오는 것을 빨리 간파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도 있다.

1995년 삼성전자[005930], 현대전자, LG[003550]반도체의 폭발적인 수출 호조에 힘입어 한국의 수출은 1천251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천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안에서는 곪고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산업의 양극화로 반도체 등 경쟁력 있는 업종은 잘 나가지만 대부분 산업은 어려운 상황에 처해 공장을 못 돌리고 있다"면서 "대기업의 해외이전 등으로 인한 중소업체의 구조조정, 중국의 부상 등도 제조업 가동률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은 이미 어려웠었는데 최근 반도체 성과에 가려져 있다"면서 "수출 제조업의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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