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금융회사 지배구조 법률, 적격성심사 대상‧기준 보완 필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일요경제 = 손정호 기자]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의식불명 상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선정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같은 주장을 한 곳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한성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 이끌었던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라 그 취지 등이 주목된다.

경제개혁연대(이하 경개연)는 지난 30일 금융당국이 보험, 증권사 등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으로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을 선정하고, 금융계열사 지배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잠정 결론내린 점에 대해 이 같은 입장을 31일 밝혔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의하면 최대주주 중 최다출자자 1명이 적격성 심사 대상이며 그 대상이 법인일 경우 그 법인의 최다출자자 1명이 심사 대상인데, 순환출자 구조인 경우 동일인 또는 그밖에 준하는 자로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자가 심사 대상이라는 것.
 
경개연은 심사 대상이 실제 해당 금융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삼성생명은 지분 47.03%를 보유한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최대주주로, 이중 최다출자자는 지분 20.76%를 보유한 이건희 회장이만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의식불명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건희 회장은 현재 삼성생명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데도, 현재 법률에 따라 이 회장이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의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으로 선정돼 지배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것은 제도의 미비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사실상 삼성그룹과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이 합당하다는 게 경개연의 시선이다.

아울러 경개연은 의식불명 상태인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의 대주주 적격 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것과 비슷한 사례가 다른 그룹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만들 때 심사 대상 축소와 한정을 위해 기계적으로 지분율만을 선정 기준으로 고려한 결과로, 입법 미비라는 비판이다.

경개연은 금융 계열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에 경영에 참여하는 일정 범위 내의 특수관계인도 포함하고, 심사대상 법령에 상법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을 포함해 심사 대상 등을 법 제정 취지에 맞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도는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부적격 대주주를 배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재벌 총수일가가 연루된 형사사건에서 횡령과 배임 등을 가중 처벌하는 특경가법 위반이 누락된 것도 문제라는 것.

경개연 관계자는 “현행 규정에 따라 적격성 심사 대상이 결정된다면 사실상 의사결정 능력이 없어 금융관련법 등을 위반할 수 없는 상태의 자를 심사 대상으로 적격성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심사 대상자는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가 계속 금융관련법 등을 위반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거나 일반투자사가 지배하고 있는 경우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개인이 직접 또는 법인을 통해 지배하고 있다”며 “지분 상속 또는 증여로 2, 3세가 지배권을 승계하지 않는 이상 현재 회장은 건강상태와 무관하게 계속 동일인으로 지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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