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코오롱베니트, 복제 의혹 프로그램 사용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몰래 설치"
코오롱 “아직 재판이 완료된 건 아니다. 재판 결과는 나와 봐야 알 것 같다”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코오롱 그룹의 IT아웃소싱 회사 코오롱베니트가 계약이 종료된 엔지니어의 프로그램을 베껴 시스템을 제작·납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31일 <서울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은 하청업체의 원천기술을 무단 복제해 만든 시스템을 한국거래소(KRX)에 납품한 코오롱베니트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19일 기소했다. 또 프로그램 복제 과정에 관여한 코오롱베니트 A 부장과 용역에 참여한 컴퓨터 프로그램 B씨에 대해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코오롱베니트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전 솔컴 인포컴스 대표 고 모씨가 개발한 TP 모니터 계열의 미들웨어 ‘심포니 넷트’를 복제해 유사 프로그램 ‘아비터’를 제작하고 이를 KRX에 납품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KRX가 우즈베키스탄·베트남 등에 공급하기 위해 제작됐다.

심포니 넷트는 동시 사용자가 폭주할 경우 업무 처리가 잘되도록 감시·제어하는 기능의 프로그램으로 고 씨는 1994년 심포니 넷트의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매체에 따르면 고 씨의 미들웨어 프로그램은 2011년 코오롱베니트가 KRX로부터 용역 과제를 수주하면서 이용됐다. 코오롱베니트는 2011년 6월부터 2015년 9월까지 고 씨에게 용역 일부를 재하청으로 맡겼다. 하지만 코오롱베니트는 2015년 9월 KRX가 우즈베키스탄과 시장감시 시스템 개발용역을 체결하면서 갑자기 고 씨를 해당 용역에서 배제시켰다.

한편 코오롱베니트가 KRX로부터 수십억원의 용역비를 받는 사이 고 씨가 원천기술에 대한 받은 보상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코오롱베니트가 2011년 처음으로 KRX에 수출용 시장감시 시스템을 납품 계약하며 받은 돈은 18억원대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오롱베니트는 2011~2015년 기간 동안 고 씨를 고용하면서 라이선스 대금 1억 4000만원을 포함해 총 2억 35000만원을 지급했다. 참고로 KRX가 2년 전 베트남 거래소로부터 수주한 수출 계약금은 350억원대로 전해졌다.

아울러 코오롱베니트는 올해 1월 서울중앙지법의 심포니 넷트 사용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KRX의 베트남 수출용 프로그램에 심포니 넷트를 몰래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 씨는 지난달 28일 하도급법 위반 및 기술탈취 등 혐의로 코오롱베니트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상태다.

이와 관련 코오롱베니트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재판이 완료된 건 아니다. 재판 결과는 나와 봐야 알 것 같다”며 “혐의를 인정하는 게 아니라 기소는 됐지만 저희도 나름대로의 다른 입장이 있어 재판과정에서 다른 입장을 얘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법원이 코오롱베니트의 혐의에 대해 유죄 판정을 내린다면 기술탈취 논란은 KRX를 사이에 둔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베니트 관계자는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아) 그 부분은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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