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이전 국감 지적사항 정리 차원에서 조항을 변경한 것"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농가소득 5000만원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던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월 500만원에 이르는 전관예우를 제도화시킨 것으로 드러나 신념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올해 초 농협중앙이사회는 이사회를 개최해 중앙회 회장이 퇴직한 후 2년간 매월 500만원을 지급하고, 차량과 기사도 제공하는 퇴직 임원 예우규정을 새로 제정했다.

또한 농협중앙회 전무이사와 상호금융대표에 대해서도 퇴임 후 2년간 300만원을 지급하고, 차량과 기사를 제공하도록 했다. 더욱이 이 규정은 기존에 지급되던 퇴직 공로금과 중복 수혜가 가능하며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특히 해당 규정의 적용이 이사회에서 이를 최종 의결한 김 회장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셀프 전관예우’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농업계 시민단체들도 들끓고 있다. 11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김병원 회장은 취임 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위해 농업협동조합 이념과 농심을 가슴에 담고, 농민 곁으로 가자며 밤샘 토론과 열정농담과 상생을 외쳐온 인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랬던 자가 농민 조합원들이 유례없는 가뭄, 폭염과 싸우며 농가부채와 영농자재 가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기에 낮 뜨거운 ‘셀프 전관예우’ 규정을 제정하고, 첫 수혜 대상자를 자신으로 정한 것은 대한민국의 상식을 조롱한 것이다”고 규탄했다.

전국한우협회도 성명서에서 “협동조합 정체성 회복을 천명 해놓고 행동은 오히려 그 반대”라며 일갈했다.

아울러 농협은 중복 수혜가 가능한 퇴직 공로금 문제로 지난 2015년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농협의 퇴직 공로금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정부로부터 경고조치 받았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최원병 전 농협중앙회 회장의 퇴직공로금 11억 1800만원이었다.

한편 김 회장은 재임시절에 농협이 운영하는 농민신문사에서 상임으로 있으며 이중으로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금융노조는 “십만여 농협노동자들에게는 비정규직 차별에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를 강요하면서, 회장 자신은 신문사와 중앙회에서 이중 급여를 받고, 이중 퇴임 공로금에, 그것도 부족해 퇴임 후에도 기득권을 연장하는 전관예우로 돈 잔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일요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셀프 전관예우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국감 지적사항 정리 차원에서 조항을 변경한 것”이고 “아직 (김병원 회장이) 퇴직도 안 했고 임기도 3년이다 남았다”고 말했다.

또한 “김병원 회장님이 첫 규정 대상이 아니다”며 “(규정에는) 딱 현직 회장부터 적용된다는 제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규정이 논란이 되자 오는 22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이를 폐지하는 내용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