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교역여건 악화와 북한 관련 리스크 있으나 국내 경제 성장세 이어갈 것"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연합뉴스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기준금리가 14개월 연속 사상 최저 수준으로 유지된다.

이주열 한국은행(이하 한은) 총재는 31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세계경제의 회복세와 국내 실물경기 및 소비자물가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지난 24일~26일 미국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는 당초 금융시장의 예상과 달리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과 관련한 발언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내에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바뀌고 있다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이어 한은은 “향후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미국 정부 정책방향,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국내 경제에 대해서는 “투자가 주춤했으나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소비도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갔다”라고 평가했다.

한은이 발표한 국내 경제 동향에 따르면 7월 중 수출은 반도체·선박 등 대부분의 주력 품목이 늘면서 전년 동월 대비 19.5%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준내구재와 비내구재가 줄었으나 통신기기, 컴퓨터 등 내구재가 늘면서 전월 대비 0.2% 상승했다.

고용도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취업자수 증가폭이 확대되면서 7월 중 취업자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만 3000명이 늘어났다. 전월과 비교하면(계절조정) 3만 4000명이 증가했으며 실업률(계절조정)은 3.6%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이어 한은은 “소비 역시 고용개선 및 추경집행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설비투자는 IT부문 투자 확대 등으로 전망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에 따른 서비스수출 둔화로 수출은 전망 수준을 하회하고, 건설투자도 부동산시장 안정 등에 따라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내 경제 성장 흐름은 7월 전망 경로와 대체로 부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7월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연 2.6%에서 연 2.8%로 올리면서 수출 개선세가 지속되고 내수도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한은은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를 통해 대중 교역여건 악화와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경기 하방 리스크로 잠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주가, 환율 및 장기시장금리가 상당폭 등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편 한은은 "소비자물가는 농축수산물 가격의 상승, 지난해 전기료 인하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2%대 초반으로 오름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 수준에서 등락하고 연간 전체로는 7월 전망 수준(1.9%)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가계 대출은 전년 대비 증가규모가 다소 축소됐으나 예년보다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고 주택가격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이후 오름세가 둔화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를 종합해 한은은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나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한은은 “이 과정에서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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