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올림 “최근 대법원 판결 영향, 새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 결정”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최근 대법원이 삼성전자 LCD공장 노동자의 직업병에 대해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린 영향으로 근로복지공단이 또 다른 노동자의 산재인정 소송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4일 삼성 직업병 관련 시민단체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삼성반도체의 하청 공장에서 일하다 유방암 판정을 받은 노동자 김경순(여성, 50대) 씨가 제기한 요양불승인취소 소송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산업재해 인정판결에 더 이상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김 씨는 2015년 6월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소송 제기 후 약 2년 만인 지난달 10일 산업재해를 인정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당시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발병 경로가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다소 비정상적인 작업환경을 갖춘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산화에틸렌 등 발암물질을 포함한 각종 유해화학물질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야간·연장·휴일근무를 함으로써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법원은 질병의 발병과 사업장 사이의 인과 관계 증명을 노동자에게 떠미는 근로복지공단과 삼성에 대해 “근로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사실관계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사정에 관하여는 증명책임에 있어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인정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에 근로복지공단은 더 이상 원고 김 씨에게 항소하지 않았다. 8월 29일 대법원이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 이희진 씨의 다발성경화증에 대한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리면서 하급심에서 산재인정 판결을 뒤엎기 위해 항소를 제기해온 근로복지공단이 항소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법원은 이 씨의 다발성경화증에 대해 산업재해 인정 판결을 내리면서 업무와 질병간의 상당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원고 측 책임 완화를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판결에 김 씨는 2012년 10월 최초 산재 신청을 한지 5년만에 요양비, 휴업급여 등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반올림은 성명서를 통해 “근로복지공단이 하급심(1심 또는 2심)에서 산재인정 판결을 받은 노동자를 상대로 상소하는 잘못된 행정을 더 이상 펼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신속하고 손쉽게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신청 후 최종 인정까지 5년이란 긴 시간이 지나는 사이에, (김 씨의) 암이 재발되어 또다시 힘든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고, 치료비는 또다시 본인 부담이 되었다”며 “뒤늦게나마 산재인정이 되어 보험급여 등에 대해 소급처리되는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는 만시지탄의 행정이 아니라 근로복지공단이 대법원 확정판결의 취지에 맞게 신속히 산재인정을 내리는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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