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 사장 1년 조기 사퇴...가스기술공사는 일감몰아주기·하청업체 담합 도운 의혹도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국민들에게 안정적 가스 공급을 기치로 해야 할 가스 공기업들이 고위 임원의 비위 행위로 연일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해외에서 가스를 수입해 기업들에 판매하는 한국가스공사는 2개월 째 사장이 공석이다. 지난 7월 21일 이승훈 전 사장이 임기 11개월을 남기고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2015년 7월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이 전 사장은 최근 민주노총·한국노총이 선정한 공공기관 적폐 기관장 10인에 들어가는 불명예를 안자 사퇴 압박이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가스공사가 상품을 각 지역에 공급하면서 기술적 문제를 전담하는 회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는 발주 사업 담합에 가담한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가스공사와 가스기술공사 전·현직 임직원으로 구성된 LNG 사우회에 특정 업체에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도 있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사장을 조기 교체설이 불고 있다. 박기동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임기만료 5개월을 앞두고 감사원으로부터 해임 압박을 받고 있다. 현재 박 사장은 채용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감사원,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발주 사업에 입찰한 업체들이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와 연루된 기술공사도 공정위를 조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하 공기업 기관장들의 연이은 물갈이에 하루빨리 신임을 제정해야 하나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석 메꾸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가스공사, 경영 성과 낙제로 이승훈 전 사장 자진 사퇴

한국가스공사는 지난 7월 12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공대책위원회로부터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강제 도입했고 가스공사가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D를 받았다는 평가를 받아 10대 적폐 공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적폐공기업 발표 9일 만인 7월 21일 이승훈 전 사장은 산업부에 일신상의 이유로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사장은 비리 혐의로 전임 사장의 낙마 뒤 임명됐으나 노조 등으로부터 대표적 친박 인물이란 비판을 받아오다 최근 3년 간 경영 성과 최하점을 받으며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가스공사는 안완기 관리부사장의 사장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데일리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이 전 사장 재임 기간(2015년 7월 1일~2017년 7월) 실적 부진을 겪었다. 가스공사의 2014년 매출액은 37조원이었으나 지난해 21조원대로 급감했으며 지난해엔 780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3년 만에 손실을 냈다.

지난해 천연가스 판매량은 늘었지만 단가 하락으로 실적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총 천연가스 판매량은 전년대비 4.2% 증가한 131만 7000톤을 기록했으나 단가는 MJ당 3.57원으로 떨어졌다. 미얀마사업 이익도 축소돼 영업이익 감소를 가중시켰다.

이에 따라 가스공사 사장의 연봉도 5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가스공사 사장 연봉은 2억9867억원으로 공기업 기관장 연봉 1위를 기록했으나 2016년 기준 사장 연봉은 1억3082억원으로 5년 전과 비교해 56% 줄었다. 이에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16곳 중 사장 연봉 순위가 12위로 추락했다.

가스공사 이사회는 임원추천위원회를 소집해 사장 공모를 받고 있으나 산업부의 국정감사로 인해 빠른 인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신임 사장에 더불어민주당 출신 전 국회의원 내정설도 돌았다.

◇가스기술공사, 입찰 담함 가담에 사우회 통한 일감몰아주기 의혹도

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는 발주 사업에 입찰한 업체들이 담합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가스기술공사도 이를 도왔다는 의혹으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가스기술공사의 임직원과 퇴직자로 구성된 비영리법인인 LNG 사우회를 통해 특정 업체에 일감몰아주기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스기술공사 본사 및 지사는 지난 2006~2015년 총 1028억원에 달하는 ‘생산 및 공급설비 경정비공사 사업’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다. 입찰에 참여한 삼구아이앤씨(구 삼구개발), 청우인텍, 씨티에너지, 신흥전기, 동양전력 등 5곳은 해당 기간 동안 사업을 돌아가면서 낙찰을 받아 담합 의혹을 받고 있다.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참여자가 미리 정해진 상태에서, 각 참여자에겐 투찰 가격까지 미리 배정받아 발주 사업을 나눠가졌다는 의혹으로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 업체들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

최종 낙찰 현황을 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삼구아이앤씨는 지속적으로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으며 함께 선정된 청우인텍, 신흥전기, 삼창기업 등 업체들과 돌아가면서 사업을 맡았다. 각 해별로 ▲2007년 삼구개발, 청우인텍 ▲2008년 삼구개발, 삼창기업 ▲2009~2010년 삼구아이앤씨, 삼창기업, 정우인텍 ▲2011년 삼구아이앤씨, 청우인텍, 신흥전기 ▲2012년 삼구아이앤씨, 신흥전기 등 조합으로 사업을 낙찰 받았다.

지난 2015년 12월 가스기술공사가 중부권, 수도권, 남부권 등 3개 권역별로 사업 입찰을 진행하면서 5개 업체에 신규 업체 1곳을 포함한 총 6개 업체는 처음부터 낙찰자로 예정돼 있었던 정황도 나온다. 

가장 먼저 진행된 중부권 입찰에서 청우인텍과 신흥전기는 짝을 이뤄 투찰했고 가장 낮은 투찰율에도 낙찰자로 선정됐다. 특히 다른 4개 업체가 투찰한 후 가장 마지막으로 투찰했다. 

이후 진행된 수도권 입찰에서 삼구아이앤씨, 리오트도 나머지 2개 업체보다 나중에 투찰하면서 가장 낮은 투찰율에도 낙찰됐다. 자연스럽게 남은 씨티에너지와 동양전력은 남부권에서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에 공정위는 사전에 합의된 낙찰 예정자가 들러리 업체들의 투찰이 끝난 후 마지막으로 투찰에 나서는 등 투찰 시점을 고려할 때 담합을 의심하고 있다. 또한 2006~2015년 이전부터 5개 업체가 담합해오고 있었다는 의혹도 업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입찰 담합 과정에 발주 주체인 가스기술공사의 가담 의혹도 배제할 수 없다. 유찰을 막기 위해 가스기술공사사 나서서 들러리 기업에 입찰 금액을 알려주었다는 의혹이 세나오고 있는 것.

이런 가운데 가스기술공사 관계자는 “계약담당 부서에서 나라장터(입찰 시스템) 시스템 상 예상가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해명했다.

특히 담합 대상 업체로 거론된 청우인텍의 경우 일감몰아주기 의혹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업체는 가스공사와 가스기술공사의 전·현직 임직원으로 이루어진 비영리법인 LNG 사우회에서 출자해 만든 회사다. 

가스기술공사는 2008년부터 올해 7월까지 10여 년 간 청우인텍과 경정비공사 및 가스배관 감시역무 위탁 등 72건의 용역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때 총 계약 금액이 약 390억원에 달한다. 이 중 3억원 가량의 4건에 계약에 대해선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으며 수의계약 사유서가 없는 계약도 발견됐다.

가스기술공사 관계자는 “2건은 사유서를 별도로 첨부만 안한 것이지, 결재 받으면서는 공문 상에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청우인텍 지분구조에 따라 LNG 사우회 측 인사들은 지난 6년 간 6억29만원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청우인텍 지분은 사우회가 9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가스기술공사를 퇴직한 1인 주주가 대부분이다. 사실상 지분 100% 가까이 사우회 측이 보유하고 있는 것.

가스기술공사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보면 (청우인텍은) 경쟁입찰로 진행된 부분”이라며 “국가계약법상 LNG 사우회에서 출자했다고 해서 입찰 제한을 할 수 있는 제도적으로 그런 것은 없다”고 말했다.

가스 관련 공기업들의 연이은 사장 사퇴 속에서 이석순 가스기술공사 사장의 임기는 내달 24일로 예정돼 있다. 

가스안전공사, 박기동 사장 인사채용비리·금품수수 등 혐의 무더기 포착

가스안전공사는 뇌물 수수 혐의, 인사채용비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박기동 사장에 대해 감사원이 해임을 건의토록 하면서 사장 조기 교체 위기에 놓이게 됐다.

박 사장은 임원 재직 기간인 2013~2014년 직무 관련 업체들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 직후 긴급 체포했다. 이에 박 사장은 “뇌물 수수는 인정하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감사원의 수사요청에 따라 지난 7일부터 박 사장의 채용비리에 대해 수사하던 중 박 사장의 금품 수수 혐의를 포착했다.

12일 감사원이 공개한 박 사장의 채용비리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가스안전공사가 2015년 65명, 2016년 79명 등 총 144명의 신입·경력직원을 채용하면서 고득점 순에 따른 1~13순위 밖 인원을 최종 합격시켰고 여기엔 박 사장의 ‘부당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1월 인사위원회 개최 전 박 사장이 마지막 관문인 면접전형 집계결과를 보고받은 후 6명의 면접점수 순위를 임의로 변경했다. 이후 관련 지시를 받은 인사부 차장은 면접 대상자들의 점수를 엑셀로 변경한 후 당초 면접평가표는 파기했다. 결국 합격권 밖이었던 4명은 합격하고 원래 합격할 수 있었던 4명은 탈락했다.

이듬해 3월 가스안전공사는 산업부의 인사채용 실태 감사에서 기관장 경고와 기관 경고를 받았으나 2016년 5월에 재차 최종합격자 조정에 가담했다. 당시 박 사장은 “인사 정책상 일부 인원의 조정검토가 필요하다”며 총 18명의 순위를 임의로 바꿀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합격권 밖이었던 9명이 최종 합격했다.

감사원은 산업부장관 앞으로 “박 사장의 비위 행위를 통보하니, 임명권자에게 해임을 건의하기 바란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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