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감축 목표와 배치 계획 등과 함께 잔존할 직원 조직도 미리 만들기도

7일 현대라이프생명보험 노조원들은 현대라이프 본사 앞에서 회사의 무차별 점포폐쇄 및 일방적 구조조정을 규탄하며 결의대회를 펼쳤다.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공식 홈페이지.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결정한 현대라이프생명이 ‘화이트리스트’를 작성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직원에게 부당 대기발령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현대라이프생명보험지부(김성구 지부장)에 따르면 14일 현대라이프는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직원에게 대기발령을 내렸다.

해당 직원은 노조원 8명, 비조합원 1명 총 9명으로, 회사는 이들에게 대기발령을 내리고 3개월간 기존 임금의 63%만을 지급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김성구 지부장은 <일요경제>에  "사실상 회사에서 나가라는 것"이라며 "이는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직원에 대한 강제적인 부당대기발령이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앞서 현대라이프는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는 3년 차 이상 직원으로 회사는 직급별로 15개월에서 최대 40개월치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희망퇴직 신청기간 중에 노조는 회사가 향후 영업본부 조직도를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을 입수했다. 

해당 조직도는 희망퇴직을 통해 달성할 인력 감축 목표와 배치 계획 등과 함께 잔존할 직원의 실명이 언급된 '화이트리스트'였던 것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 7일 이재원 현대라이프 대표이사를 부당노동행위로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고발했다.

현대라이프는 2012년 5월 출범 이후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해 누적 적자액이 2000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대만 푸본생명의 증자에도 불구하고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RBC)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현대라이프의 RBC는 164%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겨우 넘었다. 또한 상반기에만 9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2021년부터 보험업계에 신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므로 현대라이프는 1조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현대라이프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개인영업을 축소하고 법인 영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현대라이프는 개인영업점을 일방적으로 폐쇄해 노조와의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노조에 따르면 기존 75개였던 영업점포가 9월 현재 10개만 남아있다.

이와 관련해 김성구 지부장은 “5년 연속 누적적자를 낸 회사가 내년부터 무조건 흑자전환하려고 강제적으로 구조조정을 선택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방적인 점포폐쇄는 비합리적이니 이를 철회하고 최소한의 점포를 남겨놔야 한다”면서 “보험설계사 등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도 책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직원에게 부당하게 대기발령을 내린 것에 대해서는 법률적 도움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김 지부장은 “회사의 대기발령 및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맞서 10월 정기국회 때 정태영 현대라이프 이사회 의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요경제>는 현대라이프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