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1000억원대 분식회계·연임 로비 의혹 등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전 대표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하성용 전 대표를 19일 소환 조사한다. 검찰의 강도높은 조사가 예고되고 있어 방산업체 비리의 실체가 드러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18일 하 전 대표를 19일 오전 9시 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3∼2017년 KAI 대표 재직시절 하 씨는 KAI의 20여개 협력업체들 가운데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하 전 대표가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등을 우리 군 당국에 납품하면서 전장 계통 부품 원가를 수출용보다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100억원대 이상의 부당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 사천시 소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동(棟)

검찰이 지난 7월 KAI 본사 등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한 뒤 약 2달 만에 경영비리 의혹의 정점인 하 전 대표를 소환조사하게 됐다. 또 검찰은 지난 8일 원가 부풀리기를 주도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로 KAI 공모 구매본부장을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검찰은 KAI가 1000억원대 이상의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정황을 포착해 금융감독 당국와 공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KAI가 경영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지급받지 못한 이라크 공군 공항 재건 사업 관련 매출을 회계 기준에 맞지 않게 이익을 먼저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등 분식회계를 했다는 것. 검찰은 여기에 하 전 대표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하 전 대표가 KAI 부정 채용을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검찰은 KAI와 하 전 대표가 유력 정치인과 언론인, 지방자치단체 고위 간부들의 청탁을 받고 부당하게 10여명의 사원을 채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채용된 이들 중에는 야당 중진 의원의 조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정 채용 실무를 주도한 이모 경영지원본부장으로부터 하 전 대표가 직접 유력 인물들의 친인척 채용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이 밖에도 하 전 대표는 2013년 5월 사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5월 연임에 성공한 과정에서 ‘연임 로비’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또한 하 전 대표는 재직 시절 KAI 측근 인사들이 퇴사해 차린 협력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하 전 대표를 상대로 KAI 경영비리 전반에 관해 강도 높게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7월 KAI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사를 진행한 뒤 하 전 대표를 소환 조사하게 되면서 수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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