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대상 78% “다이소 생활용품 전문점으로 전환해야”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일본 100엔숍을 운영 중인 다이소산업과 합작하여 국내에 2001년 개장해 중저가 생활용품과 문구 등을 유통하는 다이소가 어느덧 대기업이 됐다. 특히 동네 어귀에 있던 영세 문구점들은 상대할 수 없는 거대 공룡기업인 다이소 앞에서 하나씩 문을 닫고 사라지게 될 형편이다.

문구소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음에도 균일가 생활용품 유통브랜드 다이소의 영향으로 영세 문구점들의 매출 하락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구업계는 다이소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해 생존을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2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이찬열 의원에 따르면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등 국내 문구 관련 단체 3곳에서 전국 459개 문구점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이소 영업점 확장과 문구업 운영실태 현황’ 조사 결과 다이소의 영향으로 매출이 하락했다고 답한 문구점이 92.8%에 달했다.

매출이 하락했다는 답변 중 ‘매우 하락했다’가 48.1%로 가장 많았고, 운영 위기 수준이라는 응답도 8.1%에 달했다. 전혀 영향이 없다는 응답은 5%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문구점의 절반에 가까운 46.6%의 업체는 다이소 입점 후 매출이 하락 때문에 계속 영업을 할지 고민이라고 답했다. 업종을 변경하거나 폐업하겠다는 답은 각각 4.4%, 5.2%였다.

매출이 하락한 주요 상품군(복수응답)은 학용품(52.9%), 생활용품(29.6%) 등이었다.

문구점 대신 대형 다이소 매장에서 한 어린이가 문구류를 고르고 있다.

전체 조사 대상의 77.8%는 다이소가 앞으로 생활용품 전문점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에 대한 건의안으로 ▲카테고리 품목 제한 ▲생활전문매장으로 점포 평수제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적합업종 지정 ▲문구업종 카드수수료 인하 ▲기업형 점포 시 외곽 개설제한 등을 제시했다.

문구업계는 다이소와 규모 면에서도 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6월 기준 전국 다이소 점포 수는 1180개이다. 

조사 대상 문구점의 60%는 근방 500m 안에 다이소가 위치해 있다고 답했고, 이중 100m 안이라는 응답은 21.8%였다.

인접한 다이소 규모는 330∼992㎡(100∼300평)이 79.7%였으나, 문구점은 69.5%가 99∼330㎡(30∼100평)이었다.

한편 브랜드 다이소를 운영하는 다이소아성산업은 일본의 다이소 산업과 한국의 아성산업이 합작한 기업이다. 다이소는 유통산업발전법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점포를 낼 수 있으며 대형마트와 같이 영업시간 등의 규제도 받지 않는다.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1조5600억원으로 국내 기업형 슈퍼마켓 3위인 GS슈퍼마켓(1조4244억원)을 넘어섰다.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한국문구인연합회·한국문구인유통협동조합 등 문구 생산과 유통 관련 단체들은 다이소 확장 등에 힘을 합쳐 대응하기 위해 이날 한국문구인 미래혁신위원회를 발족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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