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동부대우전자 경영권 수성 여부에 이목 쏠려

이근영 신임 동부그룹 회장이 지난 27일 서울 동부금융센터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김준기 동부그룹 창업주가 여비서 성추행 물의를 일으키면서 불명예 퇴진했다. 재계의 마지막 창업 1세대 총수였던 그는 ‘종합전자회사’의 꿈을 남겨둔 채 회장직과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다.

김 전 회장과 친분이 두텁다고 알려진 이근영 전 금융감독원장이 동부그룹 회장으로 선임됐다. 다만 이 회장은 오너가 아니어서 그룹 내 입지는 견고하지 않다. 이 회장은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금융연구소 상무의 경영 승계를 돕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김 상무는 1975년생으로 올해 43세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대학원에서 MBA를 마친 뒤 2009년 동부제철 차장으로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룹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2013년 1월 농업 부문 계열사인 동부팜한농 부장으로 옮겼다가 2015년부터 동부금융연구소로 출근했다. 올해 초부터 소속은 동부화재다.

김 상무의 그룹 계열사 지분율은 이미 압도적이다. 사실상 동부그룹의 지주사인 ㈜동부 지분을 18.6%, 동부화재 지분을 9.0% 보유한 최대주주다. 부친인 김 전 회장의 ㈜동부 지분율은 12.4%, 동부화재 지분율은 5.9%이다.

동부그룹 지배구조 /하이투자증권 제공.

동부그룹은 지난 2010년 11월 동부정밀과 동부CNI가 합병해 출범됐으며, SI 및 무역 사업 등을 영위하면서 동부하이텍 12.9%, 동부메탈 7.8%, 동부라이텍 11.0% 동부대우전자 6.6% 등의 제조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화재는 동부증권 19.9%, 동부생명 99.8% 등 그룹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어 사실상 그룹 내 금융지주회사 격이다.

재계에선 동부그룹이 동부대우전자의 경영권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종합전자회사를 꿈꾸며 동부대우전자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동부대우전자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동부대우전자 지분 45.8%를 보유한 SBI인베스트먼트와 KTB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 투자자(FI)는 동부그룹에 동반매각청구권 옵션을 행사하면서 제3자 공개매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동부그룹이 동부대우전자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제조업까지 아우르는 종합그룹이 아닌 금융그룹으로 주력 사업 부문이 좁혀질 전망이다.

한편 동부는 그룹의 모태 회사였던 동부건설을 비롯해 동부제철, 동부익스프레스 등 주요 계열사가 매각된 후에도 '동부'라는 이름을 사용해왔으나 그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차원에서 그룹 CI(Corporate Identity)와 사명 변경을 추진해왔다.

현재 동부는 ‘DB’를 활용한 로고를 제작해 특허청에 상표를 출원한 상태로 상표권 등록 절차 진행 중에 있다. 상표권 등록이 완료되면 동부화재, 동부생명, 동부증권 등 금융계열사와 더불어 동부하이텍, 동부라이텍 등 제조업 계열사 등도 사명을 변경할 예정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동부그룹은 DB에 대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주체이기 때문에 상표권 등록 완료 이후 일정기간을 거쳐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로열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계열사 등의 매출수준을 고려할 때 동사 현재 영업이익을 뛰어넘는 수준의 브랜드 로열티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될 뿐만 아니라 지속성 등으로 인해 기업가치의 상승이 기대된다는 게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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