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대출 빙자한 이중 피해 규모 해마다 증가 추세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사기범들이 기존 자신들이 만든 대포통장을 이용하 돈을 뜯는 수법에서 진화해 피해자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돈은 돈대로 뜯기면서 자신의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이용되는 ‘이중 피해’를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같은 보이스피싱의 이중 피해자가 올해 상반기 747명, 피해금액은 46억2000만원으로 파악됐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494명에 92억4000만원이다. 피해자 수와 피해 금액은 2015년 1130명에 59억6000만원, 2016년 1267명에 74억4000만원으로 해마다 피해 규모는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대포통장 확보가 어려워지자 급전이 절박한 서민을 대상으로 대출을 빙자해 먼저 돈을 가로채고, 통장까지 가로챔으로써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악질적인 수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선(先) 금전편취, 후(後) 대포통장 이용'이나 '선 대포통장 이용, 후 금전편취' 같은 이중 피해자가 전체 보이스피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3.5%에서 올해 상반기 5.6%로 커졌다.

자신도 모르게 대포통장 개설자가 되면 ▲약 2개월 간 해당 계좌 지급 정지 ▲전체 계좌의 전자금융거래(CD·ATM, 인터넷뱅킹 등) 제한 ▲1년 간 신규 계좌 개설 제한 ▲'금융질서 문란 행위자' 등록 시 최장 12년 간 불이익을 받는다.

금감원에 따르면 A씨는 저축은행을 사칭해 대출을 해주겠다는 사기범의 대포통장에 선이자 등의 명목으로 5차례에 걸쳐 489만원을 보냈다. 사기범은 "대출에 필요한 신용등급을 얻으려면 입·출금 거래가 있어야 한다"며 A씨에게 체크카드 개설을 요구했다. 이 체크카드 계좌는 다른 보이스피싱에 쓰인 대포통장이 됐다. 피해자의 신고로 A 씨의 체크카드 계좌는 지급 정지됐다.

B씨는 주류회사를 사칭한 사기범의 "수수료 6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에 통장을 만들어 넘겼다. 이 대포통장은 보이스피싱에 쓰였고, 피해자의 신고로 계좌가 지급 정지됐다. 사기범은 지급 정치를 풀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해 돈도 받아 챙겼다.

금감원은 "자녀 교육비, 생활비, 사업자금 등 대출 수요가 많은 40∼50대 중·장년층 피해자가 절반 이상이고, 피해금액도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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