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금융위, 이달 중 초대형 IB 지정·인가 안건 신속히 처리 방침

3개월 전 국내 대형 증권사 5곳이 초대형 IB(투자은행)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를 신청함에 따라 국내 첫 초대형 IB 탄생을 예고했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의 불안한 내부요인으로 자칫 초대형 IB 탄생이 늦어지거나 반쪽짜리로 출범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에 초대형 IB 지정·인가 안건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동시에 상정해 신속히 처리할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곳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들 증권사 5곳이 신청한 초대형 IB 지정 및 단기금융업 인가 신청 안건을 이달 중에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동시에 상정할 계획이다.

통상 지정 및 인가 안건을 처리하는데 각각 2∼3개월이 소요되지만 이번에는 증선위와 금융위에 한꺼번에 안건을 올려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했다.

앞서 금감원은 증권사들에 대한 현장실사 등을 통해 인적·물적 요건과 대주주 적격성 등을 심사해 지정·인가 요건을 준수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지난달에는 초대형 IB 준비 작업의 하나로 단기금융업무 관련 업무보고서 마련 등을 위한 '금융투자업규정 시행세칙' 제·개정도 예고했다.

<단위 : 억원> 올해 6월말 기준

세칙 제·개정을 통해 단기금융업무의 기업금융자산 운용현황, 부문별 유동성 비용 등에 대한 업무보고서를 마련하고 증권사의 영업별 위험을 평가하는 '위험평가기준'에 단기금융업 부문도 추가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발행어음 등의 신규상품 취급에 따른 상품설명과 투자광고 기준을 마련하고 판매실태 현장점검을 하는 한편 시스템리스크 확대에 대비한 스트레스테스트 등 감독·검사 방침도 미리 세웠다.

그러나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자체 불안한 내부요인이 걸림돌로 작용해 인가 승인은 미지수다. 대형 증권사 5곳이 모두 초대형 IB로 지정,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대형IB 지정사항으로 자기 자본이 4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필요 요건만 갖추면 지정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초대형IB의 핵심 내용인 발행어음의 경우 금융당국의 인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삼성증권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으로 단기금융업 인가심사가 보류된 상태다.

대주주의 적격성이 초대형 IB 지정 요건은 아니어서 초대형 IB로서 첫발을 뗄 수 있지만, 핵심사업인 발행어음사업 등을 할 수 없어 반쪽짜리로 출발해야 한다.

이 부회장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형 집행이 모두 끝난 뒤 5년 뒤에나 금융당국 심사가 가능해 삼성증권이 실질적인 초대형 IB로서 역할을 하려면 수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증권에도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변수가 있다.

유로에셋투자자문사의 옵션상품을 불완전판매한 혐의로 금감원 조사를 받아 제재가 가해질 경우 초대형 IB 출범에 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7월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내놓은 ‘베트남 랜드마크72 자산유동화상품(ABS)'으로 당시 15개의 SPC를 통해 이틀만에 2500억원을 완판해 사실상 공모펀드를 사모펀드로 운용했다는 논란을 자초했다.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은 50인 이상의 투자자에게 증권 취득을 권유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며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임직원에 대한 징계 조치를 내린바 있다. 

이외에도 NH투자증권은 일임형 CMA에 대한 증권금융 리베이트로 당국의 제재를 받은 바 있고, 한국투자증권은 대주주 한국금융지주의 자회사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PEF)의 파산선고가, KB증권은 옛 현대증권의 불법 자전거래 제재 등이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금감원은 심사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해 자체적으로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

이번 사안이 초대형 IB 지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려 대상인지는 증선위와 금융위에서 판단하도록 넘기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능하면 초대형 IB 지정·인가 업무가 이달 중에 마무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일단 지정·인가가 나면 발행어음 등 신규상품 취급은 증권사 준비 상태에 따라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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