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주 "보복출점으로 손해" vs 샘표 "대리점 지역관리는 공정거래법 위반"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식품업체 샘표가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샘표 측은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행위는 없었다고 맞선 상태며 이후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서구와 경기 김포·강화에서 샘표식품 대리점을 하는 이호열 대표는 지난 4월 재계약 당시 본사로부터 영업 중단 압박을 받았다. 

이 씨는 지난 2006년 인천 서구에서 영업을 시작해 2009년 본사 요구로 김포·강화 지역까지 맡아왔다. 당시 개발되지 않은 김포지역을 맡아 어렵게 거래처 확보를 하며 8년 가까이 영업해왔지만, 지난 4월 6일 샘표와 대리점 재계약을 맺은 지 일주일 만에 본사에서는 태도를 바꿨다.

본사는 이 씨가 맡고 있는 복합 대리점에서 2.5km 떨어진 인근에 신규 대리점을 내주면서 이 씨의 거래처를 새 대리점에 인계하라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본사에서 나에게 복합 대리점인 것을 문제 삼으면서 인근에 다른 대리점을 내주겠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한다. 

이 씨는 샘표식품 팀장이 전화로 "사장님이(대리점주가) 김포·강화 지역을 새로운 대리점에 인수·인계하라"며 "출혈을 감당하면서 김포·강화 지역을 유지하면 장기적으로 사장님 손해다"라고 압박했다고 했다.

이 씨가 운영하던 복합 대리점은 전속 대리점과 달리 샘표 외에도 다른 업체의 상품도 취급한다.

일각에서는 샘표 대리점의 대부분이 복합대리점이기 때문에 본사의 이 같은 조치가 '보복출점'이라며 부당하다는 지적이다.

이 씨는 샘표를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준비 중이다. 공정위는 신고가 접수되는 대로 샘표 본사의 사업 방해 등 불공정거래 행위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샘표 관계자는 "복합 대리점으로 운영해 보복 출점을 당하고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해당 대리점주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샘표는 85개 대리점 중 55%인 47개 대리점이 복합 대리점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복합 대리점이라는 이유로 샘표가 차별 대우를 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관계자는 "문제를 제기한 대리점은 복합 대리점을 운영하기 전후의 매출에 변화가 거의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관련 부분을 본사에 해명하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무시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본사에서는 문제가 있으면 변호사를 선임해서 소송하란 말만 했다"며 "금전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여유가 없어 당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언급했다.

대리점은 일정지역에 독점적 판매권을 보장받는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달리 지역에 관계없이 불특정 다수의 소매업자에게 판매하는 사업자다. 

이에 샘표 측은 "이번에 문제를 제기한 대리점주는 자기가 관리하는 특정 지역에 다른 대리점을 내주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본사에서 대리점의 지역을 관리하는 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행위라서 2015년부터는 대리점 지역관리를 하지 않고, 대리점 간 상호자율경쟁을 보장하면서 대리점의 2차점 관리를 돕기 위한 프로모션 정도만 지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샘표는 지난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리점 지역관리에 대해서 위반사항을 지적받고 과징금 7억6300만원을 부과받기도 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 8월 10일부터 국내 모든 산업의 본사와 대리점 등을 대상으로 대리점 거래 실태를 전수조사 중이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초 본사-대리점 간 불공정 관행 근절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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