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회사 기회 유용 의혹, 현행 법령 위반했을 가능성 높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SK실트론 지분을 취득하게 된 이유와 그 과정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추진된 것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최 회장의 지분 획득이 '회사기회 유용 의혹'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지난 10일 이같은 내용으로 SK㈜와 SK하이닉스 이사회에 공문을 보내 질의했다.

특히 최 회장 명의로 직접 지분투자를 한 것이 아닌 증권사를 통한 간접 보유방식으로 29.4%의 지분을 확보한 것이 일감몰아주기 내지 오너의 사익편취 규제를 벗어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SK는 올해 1월 LG가 보유하고 있던 LG실트론(현 SK실트론)의 지분 51%를 6200억원에 인수함에 따라 실질적 주인이 됐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SK실트론 지분 29.4%를 총수익스와프(TRS)를 통해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 8월 17일 SK는 LG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LG실트론 주식 34,181,410주(지분율 51.0%) 전부를 현금으로 취득하며 자회사로 편입했다.나머지 49%의 잔여지분 중 KTB PE가 보유했던 19.6%도 SK(주)가 인수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 채권단이 보유하던 29.4%는 최 회장 개인명의로 증권사와 총수익스왑(TRS) 계약(2535억원어치/ TRS만기는 거래일로부터 5년 후)을 맺어 간접 보유방식으로 인수했다.

경제개혁연대는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의 주식은 지주사인 SK㈜ 또는 사업 연관성이 높은 SK하이닉스가 취득하는 것이 합리적 의사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고 SK하이닉스 등 그룹 내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SK실트론을 SK㈜가 100% 인수하지 않고 SK㈜의 이사인 최태원 회장에게 29.4%의 지분을 인수하도록 한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SK실트론은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규소박판) 제조를 주 사업내용으로 하는 회사로, 2012년 상장 실패 후 영업실적이 다소 저조했지만 작년 12월 기준 매출액 8,264억원, 영업이익 332억원 등 실적 개선을 이루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그 흐름이 유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특화된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매출액의 약 20%를 SK하이닉스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현행 상법과 공정거래법에서는 회사의 사업기회 유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SK㈜는 사업지주회사이며, 지주회사는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한 회사로 단순히 주식을 소유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회사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권을 취득하는 것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SK실트론의 주식은 지주회사인 SK㈜ 또는 사업연관성이 높은 SK하이닉스가 취득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SK㈜가 지분을 100% 인수하지 않고 최 회장에게 일부를 취득하도록 한 것은 회사 기회 유용 의혹이 있는 것으로, 현행 법령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는 회사기회유용 외에 총수일가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고 있는데, 그 대상은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의 회사로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20% (상장회사는 30%) 이상인 경우 거래금액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29.4% 인수는 TRS 계약을 통한 것이지만, TRS 거래는 기본적으로 계약 당사자가 자본이득(손실)을 부담하는 성격이 있고, 또 최태원 회장은 콜옵션 행사 조건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소유에 준하는 보유로 볼 수 있다. 즉, 최태원 회장은 현재 비상장회사인 SK실트론의 지분 20% 이상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인수는 명백한 불법인지 아닌지가 명확하지 않으나, 사익 편취 규제 등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거래라며 해당 사항에 대한 질의 공문을 SK㈜와 SK하이닉스 이사회에 보냈다고 밝혔다.

SK 측 관계자는 "최 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지분의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일감몰아주기나 사익편취 목적은 아니다"라며 "이사회에서도 그렇게 답변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