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자 인선 불가피, 그룹 전체 인사 쇄신 바람 가능성도 배제 못해


지난 3분기 또다시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4분기도 기대치를 모으고 있는 삼성전자가 13일 권오현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면서 그의 퇴진 배경이 무엇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날 권 부회장은 "저의 사퇴는 이미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던 것이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용퇴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을 총괄하는 부품부문 사업책임자에서 자진 사퇴함과 동시에 삼성전자 이사회 이사 및 의장직도 임기만료인 내년 3월까지만 수행하고 연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 겸직 중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직도 사임할 계획을 내비췄다.

이같은 권 부회장의 결심은 사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서는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데 이어 이재용 부회장이 올 초 구속수감되고, 미래전략실 실장과 차장을 지낸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까지 물러난 상황에서 '총수대행' 역할을 하던 권 부회장마저 갑작스럽게 퇴진해 오너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8시께 3분기 실적발표를 내놨다. 영업이익 14조5000억원, 매출 62조원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된 지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 10시 14분 보도자료를 통해 그의 '용퇴 선언'을 내놔 삼성전자는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그는 "현재 삼성전자의 최고 실적은 과거 투자 결실일 뿐"이라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수감으로 권 부회장이 '총수 대행' 역할을 해왔던 터이고, 이 부회장의 2심 재판이 이제 막 시작된 판국에 '왜 하필 지금일까' 하는 궁금증은 남는다.

삼성의 총수 격인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돼 오너 부재의 '구멍'이 생긴 상황에서 권 부회장의 퇴진으로 오너리스크는 한층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앞서는 게 사실이다. 

권 부회장이 물러날 것을 발표한 이상 빠른 후임자 인선이 불가피해졌다.

재계의 관심사는 삼성전자가 최근 3년간 제대로 된 사장단 인사를 하지 않았던 점을 놓고 이번 인사가 어느 선까지 이뤄질 것인가도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물론 그룹 전체에 일대 인사 쇄신의 바람이 불어닥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비록 이 부회장이 옥중에 있지만 지금까지 드러내지 않던 자신의 경영철학과 색채가 담긴 인사를 단행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3명 중 권 부회장을 제외한 신종균 IM(인터넷모바일)부문장, 윤부근 CE(소비자가전)부문장의 거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지 않으냐는 관측도 나온다.

신ㆍ윤 사장의 이사 임기는 2019년 3월까지이지만 전면적인 세대 교체 인사가 이뤄진다면 이들의 거취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권 부회장의 자진 퇴진으로 향후 삼성전자 실적과 인사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 출생(1952년생)의 권 부회장은 서울대 전기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전기공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각각 전기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딴 엔지니어 출신의 전문경영인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85년 삼성반도체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삼성과 첫 인연을 맺었다.

1991년 반도체 부문 이사로 임원에 오른 이후 1994년 메모리본부 상무, 1998년 전무, 2000년 부사장, 2004년 LSI사업부 사장, 2008년 반도체 총괄 사장, 2012년 대표이사 부회장 등 고속승진을 거듭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8년 반도체총괄 사장으로 부임하고 나서는 메모리 제품의 시장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시스템LSI 관련 제품군을 세계 최고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등 경쟁력 강화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 올 초 이재용 부회장도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수감된 이후 사실상 '총수대행' 역할을 하면서 그룹을 이끌어 왔다.

권 부회장은 국내 '연봉 킹'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약 67억원의 연봉을 받아 '최고 소득 월급쟁이'의 자리에 올랐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만 139억8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급여로만 9억3000여만원을 받았고, 상여금 50억여원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 호조에 따른 1회성 특별상여 명목으로 80억원 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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