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만 교수 “일본은 당장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 해소 어려워 가이드라인 만든 것”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으로 노동개혁을 일구려는 우리 정부가 지난해 일본 정부가 제시한 관련 가이드라인안을 참고하되, 입법 목적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00년 고령사회, 200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노동시장 공급 측면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정부 임금정책 진단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한 이지만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석해 이같은 주장을 펼쳤다.

이 교수는 일본의 동일노동 동일임금 가이드라인안을 참고하되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제적 상황과 임금체계, 고용형태 등이 상이한 만큼 제도화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작년 12월 20일 ‘동일노동·동일임금 가이드라인안’을 제시해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부당한 처우를 자발적으로 개선하도록 했다. 일본은 가이드라인안과 쟁점 사항들에 대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입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일본은 저출산·초고령화 추세로 인해 지난해 이미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이를 노동시장 공급 측면에서 해소하고자 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동일노동·동일임금의 도입이 당장은 어렵다고 판단해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은 동일한 근속연수의 경우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는데, 이는 지난 30년간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기본급 구성에서 근속연수가 차지하는 비중을 낮췄기에 가능했다. 반면 우리 임금체계는 기본급의 대부분이 호봉제로 구성돼있어 일본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 어렵다.

최근 호봉제 임금체계의 개편 대안으로 직무급 임금체계가 떠오르고 있으나 협소한 노동시장 규모, 기업별 노동조합 환경 등의 국내 여건에서는 전환하기 어렵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경우 개별 기업 특성에 부합하는 다양한 임금체계 개편 선택지를 활용하는 반면 우리는 직무급 임금체계만을 대안으로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고도 언급했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의 입법화 목적이 정말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불합리한 대우를 해소하려는 것인지, 현 제도하에서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가 불가능한 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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