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35명 관계사 요직으로…대우건설 사장, 최순실 낙하산에서 '산업은행 낙하산'으로

최근 10년간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 중 100명이 넘는 인원이 영향력을 다시 행사할 수 있는 회사로 낙하산 재취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책은행 임직원으로 근무했다는 이유가 퇴직 후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의 주요 보직을 꿰찰만한 능력이 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 124명이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거나 구조조정 진행 중인 기업에 낙하산 취업했고, 올해도 11명의 퇴직자가 취업에 성공했다.

더구나 이들은 재취업 기업의 대표이사, 감사, CFO, 부사장 등 요직에 보임됐다.

올해 1월 대우건설에 부사장으로 재취업한 뒤 박창민 전 사장 후임으로 대우건설을 맡은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인 송문선 사장도 그중 한명이다.

박창민 전 사장은 지난 8월에 퇴임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인물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7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과 최순실 씨와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 이 전 본부장이 박 전 사장을 대우건설 사장으로 추천한 내용을 발견했다. 이 문자가 오간 뒤 한달여 만인 지난해 8월 박 전 사장은 실제로 대우건설 사장에 취임했다.

논란 끝에 사임한 박 전 사장의 후임으로 산업은행 출신 사장이 들어선 것은 '최순실 낙하산'이 결국은 '산업은행 낙하산'으로 교체된 셈이다.

산업은행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회계가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자 뒤늦은 작년 10월에 "산업은행이 채권단으로 참여하는 구조조정 기업에 임직원을 재취업시키는 것을 전면 금지하겠다"며 '혁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혁신방안 발표 3개월이 지나지 않아 대우건설 등은 구조조정 기업이 아닌 정상기업이라서 괜찮다는 명분으로 송문선 전 부행장을 비롯한 10명의 퇴직임직원이 관련 기업 재취업을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회사를 관리하고 비싼 값에 매각하기 위해 퇴직 임직원이 대우건설에 간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산업은행의 낙하산 재취업 논란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될 만큼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며 "그간 끊임없이 낙하산 문제에 대해 지적했지만 산업은행은 재취업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재취업 규정을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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