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합의서에 임금 등도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고, 내용 자체가 부당”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5년 만에 그룹 핵심 계열사인 만도의 대표이사로 복귀한 가운데 그가 다시 경영일선에 나서는 이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라그룹의 계열사들이 ‘불법파견’, ‘노조 파괴’ 의혹에 휩싸이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인 한라홀딩스의 자회사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만도헬라)는 ‘불법파견’ 기업으로 낙인찍힌 상황이다. 만도헬라는 자율주행차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300여명의 직원이 있었지만 만도헬라에 직접 고용되지 않은 100% 비정규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룹은 2012년에도 또다른 핵심 계열사인 (주)만도의 노조파괴 의혹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 있다.

지난달 26일 만도헬라는 생산직에 전원을 협력업체 직원으로 고용해 고용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만도헬라는 당장에 내달 7일까지 300여명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직원 1인당 30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그러던 중 만도헬라는 26일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정규직 고용 관련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노조는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고용 의무 지시에 대해 ‘회피 꼼수’를 부리고, 한라그룹 차원의 치밀한 계획 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비정규지회(이하 금속노조)에 따르면 회사 측은 고용노동부의 시정지시 후 특별 협의 요청에 잘 응하지 않다 최근 특별합의를 제의해 왔다. 회사는 채용 대상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합의서를 확인하고, 이에 채용 의사가 있는 자는 이달 31일까지 채용지원서를 제출하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도헬라가 제시한 ‘고용의무 이행 관련 합의서’는 민사소송(근로자지위확인소송), 노동위원회 구제신청(부당전환배치, 부당해고), 형사 고소 취하 및 향후 일체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할 시 11월 13일자로 정규직 기능직군으로 채용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한 채용 당일 합의금 및 소송비용 보전으로 2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반면 취하 및 이의제기에 동의하지 않고 채용되길 희망하는 노동자는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속노조는 합의서에 임금 등도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고, 내용 자체가 부당하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회사가 민사소송, 구제신청, 고소취하는 물론 향후 일체의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을 문제점으로 제기했다. 

금속노조 등은 만도헬라와 홍석화 사장을 상대로 근로기준법위반 등으로 고소한 바 있으며 이번 합의서를 통한 고소취하 요청이 사실상 금속노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금속노조는 합의서에 동의하지 않는 자에 대해 1년짜리 계약직 노동자로 채용하겠다는 점도 고용의무 불이행에 따른 과태료를 면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이는 노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하고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법과 상식이 허락하는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고 노예 계약을 체결하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무당한 전제를 깔고 입장을 전달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속노조는 합의서가 홍석화 사장과 ‘만도헬라 노동조합(가칭)’ 배태민 대표에 의해 작성된 점에서, 회사가 배태민의 노조로 하여금 적법한 노조인 금속노조를 파괴시키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배태민의 노조는 10월 25일 현재까지 노조로 설립 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묘령의 단체다. 금속노조는 노조가 아닌 단체가 노조를 사칭한 것으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이라고 적시했다.

여기서 배태민은 금속노조 전 지회장으로 올 초만 해도 금속노조 가입을 독려한 인물로 알려졌다. 금속노조는 배태민이 ‘금속노조랑 회사랑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금속노조에 남아 있으면 기간제로 채용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배태민의 노조가 현재까지 노조로 등록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사실상 어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배태민 등의 선동으로 인해 금속노조 탈퇴가 발생해, 당초 고용노동부가 언급한 협력업체 직원 303명 중 금속노조에 남은 조합원은 90명뿐이라고 금속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금속노조는 이로 인해 금속노조가 협의 과정에서 배제돼 조합원들에게 차별적 불이익을 주었고, 결국 금속노조의 힘을 잃도록 한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준범 한라홀딩스 부사장은 “금속노조 조합원이 (배태민에 의해) 탈퇴하고 있는 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며 “직접고용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그 부분에서 노조하고 협의하고 몇 명이 될지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3일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수 의원들이 만도헬라가 노조 설립을 막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만도헬라는 불법임을 알고도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불법파견을 악용했다”며 “불법이 적발될 경우 어떻게 대처할지까지 치밀하게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도 “제가 파악하기로도 2012~2013년도에 노무법인을 통해 (노조 관련)컨설팅이 있었다”며 “불법고용이라는 걸 알고 치밀한 계산 하에 자행한 것으로, 다른 사안과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부사장은 "일부 언론에 그렇게 나와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