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율 '제로' 가까워 자금세탁용 거래 악용 사례 다수

 지난 9년간 국내 기업들의 조세회피처 송금액은 무려 600조원에 육박했고, 그 중 대기업의 직접 투자금으로 조세회피처로 흘러간 돈이 36조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간사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국세청, 한국은행, 한국수출입은행의 '해외 투자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대기업이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바하마, 리히텐슈타인 등 조세회피처에 594조858억원(9월 말 환율 기준)을 송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중 다시 국내로 들어온 돈은 428조4518억원이었다. 국내 수취액이 송금액보다 165조6340억원 적었다.

대기업의 전체 송금액 가운데 직접 투자 금액은 36조1130억원으로 분석됐다.

직접 투자는 수출입 결제대금, 제3국 투자를 위해 경유한 금액을 제외한 것으로, 조세회피처에 회사나 공장 등을 설립하고 부동산을 취득하는 데 쓴 금액을 뜻한다.

대기업의 조세회피처 직접 투자 규모는 2008년 1조6191억원에서 지난해 5조8367억원으로 급증했다. 9년간 3.6배 불어난 것이다.

조세회피처에 대기업이 직접 투자금으로 보낸 돈을 모두 부정적으로 볼 순 없지만 대기업들이 조세회피처를 통해 재산을 은닉하거나 탈세하려고 할 때 직접 투자를 가장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조세회피처 직접 투자 증가는 우려를 낳는다.

대부분의 조세회피처는 법인세 세율의 '0%'이거나 매우 낮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이 때문에 수출 대금 등을 조세회피처로 보내 외국인 자금으로 둔갑시켜 국내로 들여오거나 악용하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의 역외탈세 세무조사 부과 건수, 추징금액은 국내 대기업의 조세회피처 직접 투자가 늘어나면서 매년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7국감]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세청 역외탈세 세무조사 징수세액이 2008년 1506억원(30건)이던 것이 2013년에 1조원(211건)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1조372억원(228건)으로 뛰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조세회피처로 들어간 직접 투자 금액의 성격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며 "대기업의 이전 가격 조작, 사업구조 재편 등을 활용한 지능적인 조세 회피에 철저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간 금융 과세정보 교환과 같은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시장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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