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의원 "90% 소득세 차등과세…실명제 이전 재산 과징금 추가 징수해야"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불법 차명계좌 1000여개가 그룹 계열사인 삼성증권과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 집중적으로 개설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회장이 빼돌린 것으로 의심 받고 있는 4조4000억원의 차명재산이 해당 차명계좌에서 빠져나갔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30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연수구갑)은 지난 2008년 조준웅 삼성특검이 발견한 1199개의 이건희 차명계좌 중 1021개 계좌에 대한 금감원의 연도별・금융회사별 제재 내역 자료를 입수해 공개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 회장이 금융실명제상 '실명확인 의무'를 위반해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계좌는 총 10개 금융회사(은행3, 증권회사 7)에 걸쳐 1021개 계좌에 달한다.
이 중 은행 계좌가 64개, 증권계좌는 957개인데, 은행 계좌의 약 83%(53개)가 우리은행 계좌이며 증권 계좌는 79%(756개)가 삼성증권에 집중돼 있다.
특히 1993년 8월 13일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기 이전에 개설된 20개는 모두 증권 계좌였다. 신한증권(9), 한국투자(7), 삼성증권(4) 등이 해당된다. 나머지 1001개 계좌는 모두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에 개설된 것이다.
차명계좌가 유지됐던 금융회사들은 우리은행(53), 하나은행(10), 신한은행(1) 등 은행과, 삼성증권(756), 신한증권(76), 한국투자(65), 대우증권(19), 한양증권(19), 한화증권(16), 하이증권(6) 등 증권회사였다. 삼성증권은 전체 1021개 계좌 중 756개를 보유하고 있어 74%의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이는 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이므로 고율(90%)의 소득세 차등과세에 더하여 실명제 실시일 기준 재산가액의 50%에 해당하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금융실명법 제5조에서는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서는 그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 90%의 세율로 소득세를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금융실명법 부칙 제6조 및 제7조에 따르면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한 90%의 소득세 차등과세 및 금융실명제 실시일 당시의 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계좌의 개설이나 거래 시에 본인 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비실명계좌이며 서류상의 명의인과 실제 소유주가 일치하지 않은 차명계좌의 성격까지 가진 그야말로 위법으로 점철된 계좌”라고 질책했다.
또한 이 회장은 2003년 이후부터 차명주식을 삼성증권에 집중적으로 은닉했다.
2004년에 삼성증권의 차명계좌 개설 실적이 141개에 달해 전체 위반계좌(1021개)의 13.8%, 삼성증권에 개설된 총 차명계좌(756개) 가운데 18.7%를 차지한다.
이를 토대로 박 의원은 "이 회장의 차명재산 중 삼성생명 차명주식과 삼성전자 차명주식은 삼성증권 내의 증권 계좌에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04년 이후 개설된 증권 계좌의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상의 ‘명의신탁재산의 증여 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 부과 가능성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명주식은 상증세법상 명의신탁 재산이며, 차명주식 실소유주가 명의인에게 이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의제해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특히 증여세 부과 제척 기간은 '부과 가능일'로부터 10년이고, '사기나 기타 부정한 행위'가 있는 경우 15년이라는 점을 들었다.
박 의원은 "2001년 명의개서는 이듬해 말일의 이튿날인 2003년 1월 1일 증여 의제되고, 이때부터 15년인 올해 말까지의 차명주식에 증여세를 매길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계좌는 삼성증권의 315개를 포함하여 총 316개에 달한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이번에 확보한 자료는 이건희 차명재산의 은닉이 금융회사를 악용하여 얼마나 오랫동안 치밀하게 이루어져 왔는지를 잘 보여준 구체적 증거”라고 했다.
아울러 박 의원은 이날 진행될 금융위와 금감원의 종합국감에서 해당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증해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조세정의의 확립을 강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