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 관계자 “LF가 패션 사업을 하면서 생활 문화 사업도 하고 있다”

[일요경제=김민선 기자] LG상사에서 LG패션, 다시 LF로의 변천을 주도한 오너 구본걸 LF 회장의 다각도적 신사업에 구심축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또 문어발식 M&A의 불똥이 임직원들에게 튀는 것 아니냐는 구설도 잇따른다. 

LF는 올해만 총 6건, 1500억원 규모의 인수합병(M&A)를 체결했다. 연초 수입 주류 유동업체 인덜지를 인수하고, 이어 일본 식자재 업체, 방송 채널 등을 연달아 그룹 안으로 들였다. 4월엔 그룹 계열사들에 인력을 공급하는 자회사 글로벌휴먼스를 통해서 영유아 보육업체 ‘아누리’를 인수했다.

아누리는 2013년 아누리 연구원을 모태로 시작한 중소업체다. LF의 계열사 글로벌휴먼스로부터 인수되면서부터는 영업 대상을 B2B(기업 대상 영업)에 초점을 맞췄다.

3일 LF그룹 관계자는 LF가 아누리를 인수한 이유에 대해 “(글로벌휴먼스를 통한 인수이므로)인력 파견은 꼭 패션에 국한된 것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LF그룹이 사업 다각화를 하려는 중에 케이블 방송사를 인수하고, LF푸드 같은 음식하는 회사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LF가 패션 사업을 전문으로 하면서 생활 문화 사업도 진행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신사업들의 공통점에 ‘유통’밖에 없다는 점은 그룹의 정체성을 희석시킨다. 최근 문어발식 M&A의 부작용은 회사 내부에서 곪아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LF가 최근 인수한 방문보육 업체 ‘아누리’의 보육 서비스 판매가 다름 아닌 900여명의 LF 임직원을 대상으로 이뤄지면서 본격 사업 시작을 앞두고 임직원들을 시험대로 삼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F 인재개발실은 8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사가 육아 지원 제도를 기획중이라는 메일을 발송했다. 발송 대상은 영유아를 둔 직원 200명가량으로, 메일 내용은 만 5세 이하의 영유아를 가진 직원들에게 일반 베이비시터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교육·놀이의 방문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비용은 주 1회(반일 4시간 32만원·종일 50만원), 주 2회(반일 4시간 57만6000원·종일 100만원), 주 3회(반일 4시간 86만4000원·종일 150만원) 등 주 5회까지의 선택지가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육아 지원 제도가 아누리를 통해 이뤄진다는 게 알려진 시점은 최근 LF가 사내 게시판에 ‘가정 보육 지원 신청 안내’ 게시물을 올리면서부터다. 게시물에 따르면 회사는 12개월에서 60개월의 자녀를 가진 LF 재직자 중 아누리를 신청하는 직원에게 자녀 1명당 1회 방문보육에 해당하는 월 32만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즉 아누리를 신청한 LF 직원은 주 1회 4시간(반일) 방문서비스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아누리 서비스를 신청한 임직원은 72명 정도로 이들 대부분은 32만원의 지원금 안에서 이용 가능할 수 있는 ‘주1회 4시간’ 서비스를 신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LF는 이 서비스를 두고 영·유아를 둔 임직원을 위한 복지의 일환이라고 설명하지만 당사자 임직원들은 자신들이 LF그룹 차원의 신사업 실험에 동원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한 LF가 아누리를 통해 자사 임직원으로부터 방문보육 서비스 이용료를 받으면서 ‘내부거래’ 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빚어지면서 직원들의 의구심을 갖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 LF 관계자는 “의무 가입이 아니고 신청자에게 복리후생 비용을 지용하는 것”이라며 “신청한 사람에게 그게 필요한 거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LF 측은 아누리가 당사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실상 아누리가 상대하는 B2B 대기업으로는 LF 외엔 SK ENS 정도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LF 관계자는 “(LF가 아닌 자회사) 글로벌휴먼스가 아누리를 인수한 것이므로 LF와 직접적인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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