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여당도 야당도 없어, 양당제는 수명 다해"

정세균 국회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회의장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6일 정부·여당의 '적폐청산' 작업을 '정치보복'이라 비판하는 야권에 대해 "어떤 문제가 드러났을 때 보복으로 오해 받을까 봐 덮고 지나가는 것이 오히려 불법"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정 의장은 이날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어느 부처든 기관이든 과거의 확실한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법에 따라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의장은 "이제는 영원한 여당도 야당도 없다"며 "그러니까 매사 합법적이고 온당하고 정의로운 국정 운영이나 직무 수행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회의장 초청 관훈토론회

다음은 관훈클럽 사회자 및 토론자와 정 의장의 일문일답.

-- 내년 상반기 개헌은 어려운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 과거 어느 정당도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하자고 한 것에 대해 다른 의견 내놓지 않았다. 국민 투표를 별도로 하면 투표 비용만 200억 이상이 든다. 그 비용을 낭비할 필요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투표율 측면에서도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있었고 모든 정파가 동의했다. 아직 그 시기에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 개헌이 '하세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대책은.

▲ 공론화가 잘 안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개헌 논의는 매우 활발하게 이뤄졌고 국민 상대로도 11차례 토론회를 현장에서 실시했다. 과거 어떤 경우와도 다르게 국민과 함께하는 개헌을 추진해왔다. 이번에 실패하면 동력이 떨어져서 상당 기간 표류할 소지가 있어서 이번에 꼭 개헌을 성공시켜야 한다고 단단하게 각오를 하고 있다.

-- 청와대가 주도하는 개헌이 될 수도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합의를 기다리는 모양새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국회와 경쟁하겠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 문 대통령이 대통령 되시기 전인 올해 1월 초부터 개헌특위에서 개헌을 준비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관여하고 싶은 내용 있으면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에서 단일한 개헌안 마련해서 국민 여러분 허가를 받는 절차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반드시 단일안을 만들어내야 한다.

-- 개헌 추진 시간표는
    ▲ 제 정파 지도자가 결심만 하면 언제든 개헌할 수 있는 상황까지 가 있다고 보고 있다. 11월 중 자문위 개헌안을 특위가 접수하고, 특위도 11월 중 헌법개정기초소위를 만들어서 가능하면 연말까지, 늦어도 내년 2월까지 개헌안을 완성한다는 생각 갖고 있다. 내년 3월에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하고 5월에 국회에 표결 거쳐서 6월 지방선거에 국민 투표 부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일정이다.

-- 개헌안 처리에 국회의장직을 걸 생각마저 하고 있나.

▲ 직을 걸라고 하면 못 걸 리가 없는데, 제가 상정하고 있는 개헌 시기인 6월 13일에는 제 임기가 끝난다. 국회의장직을 건다고 얘기하면 웃음거리 될 소지도 있어서 그러지는 않겠다.

--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 의지를 밝히기는 했지만,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

▲ 개헌하려면 권력구조도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할 때도 권력구조 개편에 관한 개헌이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 부분이어서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문 대통령이 예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소홀히 할 일은 만무하다, 그런 취지로 저는 받아들였다.

-- 대통령 중임제와 다른 안이 나올 수 있을까.

▲ 중임제냐 단임제냐가 핵심은 아니다. 만약 분권이 확실하게 이뤄지면 단임이든 중임이든 관계없다. 국회에서의 논의와 개헌에 관심 있는 국민의 논의는 대통령 권한을 87년 체제 그대로 둘 것이냐 아니면 조정할 것이냐이다. 여당이 이 문제에 대해서 야권과 대화, 타협, 협의하고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

-- 총리 선출을 국회에 맡기는 제도에 대한 생각은
    ▲ 제 생각이 있긴 한데, 제 생각을 개헌안에 담고 관철하는 것보다 개헌에 성공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단 분권은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에서 그렇다. 총리와 대통령 간에 권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이냐가 중요하다.

-- '5·18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을 헌법 전문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 국민 여론은 우호적인 것 같다. 전문에 반영하는 게 좋겠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 같다. 그러나 개헌 핵심은 분권이다. 저도 '5·18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을 헌법 전문에 반영하는 것을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중요한 협상의 대상이라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정파 간에 무리 없이 합의되면 괜찮겠지만, 이것 때문에 개헌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안 된다.

-- 기본권 강화는 어떤 분야가 시급하다고 보나.

▲ 지난 30년 동안 우리 대한민국이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했는데 그만큼 그 내용을 헌법이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생명권이든 환경권이든 또 안전권 이런 부분은 당연히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부분에서 보편적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논할 때 국민 대신 사람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도 우호적인 생각 갖고 있다.

-- 지방분권 핵심 내용은
    ▲ 자치 입법권이라든가 자치 재정권을 확충해서 자율적인 지방자치가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지금까지는 국회에서 입법의 근거가 없으면 자치단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였다.

-- 개헌을 공론화 방식으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 여론조사도 하고 자유발언대도 만들었지만, 충분치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국회 개헌특위에서 공론화 방식을 도입하자든가 5천 명 정도를 직접 선정해서 심층적인 논의를 해보자든가 하는 제안이 나왔는데 결국 채택이 안 된 것 같다. 제 정파의 합의로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 선거구제 개편 시기에 대한 구상은.

▲ 내년 초까지 선거구제 개편이 잘 이뤄져서 개헌의 걸림돌이 되는 일이 없으면 하는 기대를 한다. 정개특위의 활발한 활동을 위해 의장으로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 양당제와 다당제 중 무엇을 선호하나.

▲ 양당제는 수명을 다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 양당제의 장점도 있었지만, 양당제는 대화와 타협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잦은 국회 파행이 일어나는 등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회 신뢰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국회는 쉼 없이 돌아가야 하고 국회 불이 꺼져서는 안 된다. 여러 교섭단체가 있는 것은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들긴 하지만 4개 교섭단체가 함께 운영하다 보니 한 교섭단체가 비토해도 국회가 돌아간다. 3개 이상 5개 이내 정당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쉼 없이 국정 논의하는 모습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생각은.

▲ 소선거구제는 개편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파에 따라 현행 제도가 가장 유리하다고 이해관계 차원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혁신적으로 개혁이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치 발전 위해서 제 정파가 이해관계를 떠나 국가의 미래를 잘 감당하겠다고 하는 자세로 선거제도 개혁에 나서고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한다. 저도 중재하고 나름 노력하겠다.

-- 다당제에서는 내각제가 더 어울리지 않나.

▲ 내각제도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국민은 내각제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저의 판단이다. 말씀드리기 송구하지만, 국회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아서 내각제를 추진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내각제 제외하고 순수한 대통령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 중의 하나가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 문재인 정부의 협치 노력에 대한 생각은.

▲ 어떤 답변을 생각하고 질문을 하셨나. 노력은 하셨겠죠.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협치가 잘 이뤄지진 못했다. 협치가 더 잘 이뤄지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 어떤 점이 부족했나.

▲ 욕심이 많으신 것 같다. 아무튼, 매사가 하루아침에 쉽게 이뤄지진 않는다. 여소야대 환경에 대해서 정부 여당도 충분히 인식하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 할지에 대한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부족함이 있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 협치를 위한 각 당의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 우리 정당은 과거 자신들이 여당일 때 하던 얘기와 야당이 돼서 하는 얘기가 다르다. 야당이 여당이 돼도 달라진다. 그래선 안 된다. 87년 이후에 10년마다 정권이 교체되고 있다. 앞으로도 정권 교체가 수시로 이뤄질 것으로 판단해야 한다. 영원한 여당도 야당도 없으므로 과거 자신들이 주장한 정책과 말씀에 대해서 최소한 50%는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가운데서 만날 것 아닌가.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협치이고 국민이 요구하는 국회 모습이다. 이해관계만 좇지 말고 명분도 충실히 해야 한다.

--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성과가 대의제 위기를 말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 현대 사회에선 대의제가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 있으면 국민이 보충하고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공론화위 결과를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만약 공론화위를 설치 않고 국회에 안건을 보냈어도 국회가 똑같은 결론 내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 문 대통령 시정연설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 현수막을 걸었다.

▲ 정말 낯이 뜨거웠다. 대통령 연설 도중 현수막 꺼내서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었고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경위들 모르게 현수막을 반입했다. 사실 본회의장에는 물도 반입할 수 없다. 국회의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 국회 연설을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나.

▲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한국과 미국이, 국제 사회가 함께 손잡아야 한다는 것과 한미동맹을 확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한반도에서는 평화 유지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국회 차원에서 북한과 교류를 제안할 생각은.

▲ 사실 이미 노력을 해왔다. 지난 4월에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국제의회연맹(IPU) 총회가 있었는데 우리 대표단이 지난 6월 있었던 유라시아 국회의장 회의에 북한 측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초청을 했었다. 그 이후에도 접촉했다. 그런데 북한이 응하지 않았다. 이란 대통령 취임식 초청을 받아서 갔을 때 이란 측에서 저와 북한의 김영남 위원장과 자리를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역시 불발에 그쳤다. 10월에 러시아에서도 러시아 상원에서 저와 북한 대표단의 협의를 회담을 주선했는데 결국 응하지 않았다. 정부 간 소통이 부재한 상태에서 의회는 정부보다 유연하게 소통할 수 있어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없어서 보고 드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 전술핵 재배치나 핵 추진 잠수함 배치에 대한 생각은.

▲ 전술핵을 배치하면 한반도 비핵화도 깨지는 것이다. 그러면 무슨 명분으로 북한에 비핵화를 계속 요구할 것인가. 이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민족 미래나 동북아 평화 위해 한반도 비핵화는 포기할 수 없는 목표이자 가치다. 핵 추진 잠수함의 효용은 모르지만, 혹자는 그것보다 3축 체계의 조기 구축이 최선이지 않으냐고 한다.

-- 정부 여당의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은.

▲ 정치 보복을 하거나 당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렇지만 어떤 문제가 드러났을 때 보복으로 오해받을까 봐 덮고 지나가는 것은 불법이다. 어느 부처든 기관이든 과거의 확실한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그것은 법에 따라서 필요한 조치 취해야 한다. 그것을 뭐라고 이름 붙이든 피할 수 없는 게 아닌가. 이제는 영원한 여당도 야당도 없다. 그러니까 다시 내가 여당이라도 야당 돼서 모든 것이 백일하에 드러날 때가 올 것이기 때문에 매사 합법적이고 온당하고 정의로운 국정 운영이나 직무 수행을 하려는 노력을 모두가 펼쳐야 한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 누구도 법 앞에 평등한 것 아닌가. 전직 대통령은 더더욱 법 앞에 평등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저는 상당히 비판적인 생각 갖고 있다. 다만, 현재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 제가 더 말씀드리는 것은 사양하도록 하겠다.

-- 이제 국회의장에서 물러나면 어떤 일 하고 싶나.

▲ 의장 임기를 마치면 평의원으로 돌아간다. 지난 2년간 제 선거구인 종로구 구민들과 소통이 부족했는데 소통을 활발히 하겠다. 제가 속한 정당의 구성원들과도 소통을 제대로 못 했는데 활발하게 하려고 한다. 저는 욕심이 없다. 정말 국회의장을 잘하고 싶다. 국민이 국회 신뢰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제가 가장 바라는 일이다. 특히 개헌에 성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