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자본 공급 아닌 기업대출업에 치중할 수도"
투자은행-기존 은행, 업무 권역 간 형평성 어긋나

[일요경제=심아란 기자] 금융위원회의 '초대형 IB(투자은행)' 지정이 임박한 가운데, 은행권에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 안건을 보류할 것을 요청했다. 

은행연합회는 9일 "초대형 IB 발행어음 업무 인가절차 추진이 부적절하므로 이를 보류해야 한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당초 초대형 IB는 신생·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초대형 IB의 기업신용공여 범위가 한정돼 있지 않다. 이에 국회에서 후속조치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의 발행어음업무가 인가될 경우, 대규모 자금이 취지와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발행어음은 원리금을 보장하고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아 모험자본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금융감독은 단일업무 권역에만 한정돼 있다. 그러나 초대형 IB의 업무가 확대되면 기존 은행 역할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업무 권역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에 은행연합회는 "초대형 IB 업무확대와 관련해 금융그룹 통합감독방안 및 건전성 감독방안에 대한 검토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행어음 업무는 자기자본 200% 한도 내에서 자기 어음을 발행하는 것이다. 은행권은 초대형 IB가 이 업무를 맡으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은행의 기존 업무영역을 침해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은행연합회는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도록 자본을 확충하고 M&A 자문‧인수 등 투자은행 본연의 업무를 확대하려는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정책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원리금 보장 상품을 파는 것은 일반 은행 예금과 다를 게 없고 조달 자금을 기업에 대출하는 것도 기존 은행업무와 겹친다"고 설명했다.

초대형 IB가 일반 기업대출 업무를 위주로 한다면 도입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특히 발행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 업무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통한 조달자금을 기업에 대출하는 것으로, 투자은행 업무가 아니라 일반 상업은행의 업무에 해당한다고 은행권은 주장한다.

그러면서 은행연합회는 "과거 단자사나 종금사가 영위했던 단기대출업무에 치중할 우려가 높다"며 "발행어음업무 인가는 충분한 검토와 보완책이 마련된 이후에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서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 5곳의 초대형 IB 지정 안건이 상정됐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 한 곳만 초대형 IB의 핵심사업인 발행어음업무 인가 안건 심의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안건은 차기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상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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