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성장, 직원들과 공유해야" vs "타 회사 비해 높은 임금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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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강 노조 측이 "최대 실적을 이룬 성과를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장기파업에 돌입했다 .
사진은 조합원이 사측을 향해 적어놓은 피켓 내용 중 일부.

올해 3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낸 LG생활건강이 노사간 임금협상을 놓고는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10일 LG생건과 노조에 따르면 52일 간의 노조 파업 기간 중 양측은 19차례 임금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양측 주장만 난무하며 타결 기미 없이 답보상태로 장기파업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20일 파업 시작 이후 청주공장과 면세점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 조합원들은 지난달 23일부터 광화문 본사 앞에 텐트를 치고 농성 중에 있다. 현재 400여명의 조합원들이 90동가량의 텐트에서 생활하면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임재성 LG생건 노조 기획국장은 "60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으나 야외 철야 농성을 이어가다 보니 일부 조합원들이 다시 청주로 내려가는 등 인원이 좀 줄었다"며 "현재 400여명의 조합원들이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텐트에서 농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현재 임금인상률 13.8% 안을 고수하고 있다. 이중 자동 인상되는 호봉 승급분(2.1%)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11.7%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반면 사측은 애초 3.1% 인상안을 내놨다가 현재 5.25%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노조는 "5.25% 중 2.1%는 호봉승급분이고 협상타결 후부터 적용되는 제도개선분인 2.15%를 제외하면 사실상 임금인상률은 1%"라고 반박한다.

올해 성과급은 400%로, 지난해 500%보다 줄었다.

400여명의 LG생활건강 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텐트 농성을 하고 있다.
400여명의 LG생활건강 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광화문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텐트 농성을 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2005년 3분기 이후 48분기째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50분기째 증가하며 12년 이상 성장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와 내수 부진 등으로 악화한 시장환경을 감안하면 이번 실적은 놀랄만한 성적표를 거머진 셈이다.

노조는 이러한 성과를 낸 만큼 회사가 구성원들에게 임금 인상으로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임 기획국장은 "결국 직원들의 노고로 회사가 성장한 만큼 우리의 요구는 충분히 정당하고, 사측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사측이 성실 교섭에 임하길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측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성장률 평균치에 기반을 두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책정했다"며 "400%, 500%의 성과급도 사상 최대 수준이고, 5.25%의 인상률도 다른 회사에 비해 높은 수치"라는 입장이다.

LG생건 청주공장 생산직 조합원의 지난해 평균 총연봉은 8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파업에 대응해 비조합원과 사무직 등 대체 인력을 청주공장과 면세점에 투입하고 있지만 정상 가동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주공장은 LG생건 제1의 공장으로 주요 화장품(후, 오휘, 숨, 빌리프)과 생활용품으로 치약, 세제, 샴푸, 섬유유연제 등을 생산한다.

올해 상반기 생산실적은 1조5000여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생산 규모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청주공장 직원 505명 가운데 조합원이 380명이기 때문에 40%의 인력만이 가용되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이에 따라 제품 생산에 빚어지는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노조는 "사측이 대체 인력을 긴급하게 채용하거나 협력업체 인력을 투입한 점에 대해 노동청에 고소, 고발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사측은 "면세점 업무와 생산업무는 대체 인력을 투입해 무리 없이 돌아가고 있다"며 "파업 후 대체 인력을 신규 채용하는 것은 불법이라 사내 가능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 실적을 이룬 결실을 직원들과 나눠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과 임금협상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는 사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LG생활건강 장기파업 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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