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중단과 상관 없이 임금협상은 계속 될 것"
성희롱 논란 등 노사갈등 불씨 여전히 남아

52일째 이어왔던 LG생활건강의 노조 파업이 중단되고, LG생활건강 본사 앞 농성장이 철거되고 있다.
52일째 이어왔던 LG생활건강의 노조 파업이 중단되고, 10일 본사 앞 농성장이 철거되고 있다.

52일째 이어오던 LG생활건강 청주공장 노조 파업이 계속되는 조합원들의 이탈로 맥없이 중단됐다. 이로써 서울 LG생활건강 본사 앞을 보름넘게 점거했던 원정시위대도 시위 현장에서 모두 철수했다. 

LG생활건강 청주공장 노조는 10일 “조합원들이 파업이 장기화함에 따라 생계가 곤란해지는 등 힘들다고 호소해 복귀를 결정하게 됐다”며 “파업을 중단하는 것과 관계없이 임금협상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20일 파업을 시작한 이후 LG생활건강 청주공장노조는 지난달 23일 서울로 올라와 광화문 LG생활건강 본사 앞에 수십채의 텐트를 친 채 약 400여명의 조합원들이 농성을 벌여왔다. 

이번 파업이 이처럼 갑작스레 철회된 이유는 첫째로 파업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더이상 시위를 지속하기 어려웠고, 다음으로 평균 연봉이 8000만원을 웃도는 이른바 '귀족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에 여론이 차가운 시선을 보내왔던 것도 한 몫 했다.

현재까지 총 19차례의 교섭을 펼치면서 노사 양측 간 주장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장기파업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였지만 맥없는 노조의 와해로 파업은 철회됐다.

특히 지난달 20일 노조위원장의 흉기소동은 여론을 급격히 등돌리게 만들었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과 면담을 요구한 백웅현 노조위원장의 투신 소동이 벌어졌다.

또 LG생활건강 청주공장 생산직 조합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이 약 8000만원에 달했고, 이중 약 40% 이상을 차지하는 1급 조합원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을 넘어선다는 점도 알려졌다. 

그동안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와 내수 부진 등으로 악화한 시장환경에서도 LG생활건강의 올해 3분기 실적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액 1조 608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대비 2.95% 성장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전년대비 각각 3.5%와 5.8% 증가한 2527억원과 1876억원을 기록하는 등 2005년 이후 12년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직원들의 노고로 회사가 성장한 만큼 우리의 임금인상률 요구는 충분히 정당하다"며 사측을 압박해왔다.

이에 맞서 사측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성장률 평균치에 기반을 두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임금인상률을 책정했다"며 "400%, 500%의 성과급도 사상 최대 수준이고, 5.25%의 인상률도 다른 회사에 비해 높은 수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노조는 13일부터 업무에 복귀한다. 그러면서 일단 파업을 중단하지만 임금 협상은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LG생활건강 노동조합은 “파업을 중단하는 것과 관계없이 임금협상은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LG생건의 우려됐던 노조 장기파업이 철회되면서 조합원들의 현장 복귀로 생산 차질은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노사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여직원 성희롱 논란에 여직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의혹도 사측에게는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노사갈등 과정에서 이 문제가 제기됐고, 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여직원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직급을 강등시키고 원거리 발령을 내는 등 사실상 사측이 제재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회사 관리자가 여직원에게 “살이 쪄서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고 말하는 등 도를 넘는 외모 비하나 성희롱이 비일비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총 배당금 1257억원으로 LG생활건강의 고배당정책도 주목받는다. LG생활건강은 올 초 보통주식 1주당 7500원, 종류주식 1주당 7550원을 현금배당했다. 2015년 671억원에 비해 불과 2년만에 두 배로 늘었다.

LG생활건강을 이끌고 있는 차석용 부회장도 우선주 1만주(0.48%)를 보유중이다. 현재 LG생활건강의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LG(지분율 34.0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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