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누출, 정작 세금내는 주민들은 일주일 후에나 알게 돼

지난 5일 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에서 LNG가스가 저장탱크 밖으로 흘러넘치는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5일 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에서 LNG가스가 저장탱크 밖으로 흘러넘치는 누출사고가 발생했다.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누출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있었지만 정작 이 사실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일주일이나 지난 후였다. 자칫 인천지역 주민의 안전에 위협받을 사고에 대해 공사가 늑장 공개하면서 비난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13일 가스공사와 인천지역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영하 162도의 LNG가 용량 10만㎘인 1호기 저장탱크 밖으로 흘러넘쳐 누출됐다.

당시 사고는 인천기지에 들어온 LNG선에서 배관을 통해 저장탱크로 LNG를 옮기던 중 탱크 압력이 높아지고 제어장치의 오작동이 일어나 넘쳐흘렀다. LNG를 선박에서 저장 탱크로 옮기던 공사 직원들도 탱크가 이미 꽉 찼다는 사실을 몰랐고, 흘러넘친 LNG로 인해 저장 탱크의 철판 벽에도 손상이 갔다.

뒤늦게 누출된 LNG를 연소탑으로 배출하며 태웠고, 불이 난 것으로 오인한 화재신고가 인천소방본부에 접수되기도 했다.

자체 소방대를 보유한 인천기지는 가스 누출 사실은 알리지 않은 채 외부에서 출동한 소방차를 돌려보냈다.

공사 측은 누출 사고를 한국가스안전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는 당일 보고했지만, 인천시와 연수구에는 사고 후 24시간이 지난 6일 오전 8시 30분이 돼서야 현황보고가 이뤄졌다.

더구나 점검과 보수에 필요한 1년의 기간과 수십억원의 혈세를 부담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이에 대해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번 가스 누출은 재난 수준이 아니었고, 일일이 주민에 공개하다보면 오히려 불안감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은 지역내 가스 누출 등의 사고는 크건 작건 간에 주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으로 즉시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주민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더욱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인천시당은 인천기지가 2005년에도 비슷한 가스 누출 사고를 1년가량 은폐한 전력이 있다며 중앙당 차원에서 관련 현안을 다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은 12일 오후 송도 LNG 기지를 긴급 방문해 확인 작업을 벌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유동수(인천 계양구갑) 국회의원은 "주민이 사고를 인지하고 신고까지 한 상황인데도 문제가 없다고 하면 보고체계나 대처 매뉴얼이 잘못된 것"이라며 "정기 안전성 평가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인천기지에 대한 즉각적인 안전성 평가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찬대(인천 연수구갑) 의원도 "이번에 문제 된 탱크는 물론 노후한 탱크에 대한 안전조사가 필요하다"며 "가스공사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조치하는지 시당 차원에서 대책위원회를 꾸려 끝까지 살피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인천시당도 같은 날 인천기지를 방문해 대책을 논의했다.

민경욱(인천 연수구을) 시당위원장은 "가스 누출 소식을 접한 송도 주민과 인천 시민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며 "사고 유형과 정도에 따라 관계 기관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자동으로 알림으로써 추가 피해나 의혹이 없도록 매뉴얼을 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담당 구청인 연수구 또한 작년에 허가한 LNG기지 증설사업을 재검토할 수 있다며 확실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재호 인천 연수구청장은 이날 "최근 가스탱크를 떠받치는 기둥에 균열이 발견된데 이어 이번 가스 누출사고로 구민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며 가스공사의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지난해 허가한 LNG 증설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수구는 용량 20만㎘인 LNG 탱크 20기를 23기(21∼23호)로 3기 늘리는 송도 LNG 기지 증설사업을 9차례나 보류한 끝에 지난해 9월에야 허가했다.

가스공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 12일 설명자료를 통해 "인천기지 1호 저장탱크 상부에 미량의 가스가 검지되고 있지만, 검지량이 적어 대기 중으로 퍼져 곧바로 소멸하기 때문에 현재 사람에 미치는 영향이나 화재의 위험이 없다"고 해명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탱크를 지지하는 기둥 균열은 기준상 0.3mm이상이면 보수 등 관리를 해야 하는데 지난번 감사원 감사결과 발견된 0.2mm 균열된 부분까지 보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가스공사는 이번에 누출사고가 난 인천기지 1호 저장탱크를 비우고 내부 정밀점검과 보수·보강공사를 벌일 계획이다.

점검과 보수에 필요한 기간은 13개월, 예산은 약 28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남단에 있는 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에는 현재 20만㎘ 8기, 10만㎘ 10기, 4만㎘ 2기 등 모두 20기의 LNG 저장탱크가 설치돼 수도권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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