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걸맞은 헌법 개정을 시도할 때"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국내 대표적인 헌법학자로 손꼽힌다. 성 총장은 "개헌을 통해 대통령과 내각의 권력분점이 이뤄지는 이원정부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지금이 21세기에 걸맞은 헌법 개정을 시도할 때"라고 주장한다.

성 총장은 16일 '제5회 서울대 국가정책포럼' 발제문을 통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헌법상 문제점을 정리하고 21세기 화두인 세계화, 정보화에 부응할 수 있는 헌법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 형태와 관련해서 그는 "헌법의 정치제도 균형은 대통령에로의 지나친 권력집중으로 인해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정부와 국회의 권력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국회의 지위와 권한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성 총장은 "임기 5년 단임제, 대통령 직선제, 국회 단원제를 원칙적으로 유지하면서 내각의 권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며 "일상적인 국가의 집행권은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내각이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면권, 법률안거부권, 국회해산권, 국민투표부의권 등 국가의 특수한 상황에서 발동될 수 있는 권한이 대통령에게 주어져야 한다"며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정례적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해 국정의 방향을 평상시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상적인 행정권의 실질적 책임과 권한은 국무총리에게 부여해야 한다. 내각회의에서 통과된 의안 중 헌법이 명시하는 중요 사항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회부돼야 한다"며 "외교·국방·통일에 관한 일상적인 업무도 내각에 부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 총장은 "한국 헌정사의 왜곡과 장기집권, 관권선거 등의 우려를 불식시킬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라 당분간 5년 단임이 유지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인 점을 고려하면 결국 대통령 임기도 4년 중임으로 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 총장은 "국민이 자유와 권리를 만끽하면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규정하는 방향으로 기본권도 개정해야 한다"며 "보편적 가치뿐 아니라 정보화에 걸맞게 기본권도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헌법총강에 대한민국의 국호, 국기, 국가, 국어, 수도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새로운 헌법이 통일시대를 대비해 국가의 정통성과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의 미래 항로를 결정하는 개헌을 말한다' 국가정책포럼은 포항 지진과 수능 연기 등의 여파로 30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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