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홀딩스 이사회서 지침 어기며 찬성표 던져
담 회장 일가의 지배권 강화에 사실상 힘 실어줘

오리온홀딩스 유상증자에 국민연금이 정관변경에 찬성하며, 오너 일가는 자금 한푼 동원하지 않고 오리온홀딩스 주식 63.8%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오리온홀딩스 유상증자에 국민연금이 정관변경에 찬성하며, 오너 일가는 자금 한푼 동원하지 않고 오리온홀딩스 주식 63.8%를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오리온홀딩스의 유상증자로 인한 최종 승자는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이례적인 정관변경에 찬성하며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도 어긴 것으로 보여 재벌 상속 지원 논란이 또 다시 일 전망이다. 

담 회장 등 오너 일가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오리온홀딩스 주식 63.8%를 보유하게 됐다. 한푼도 들이지 않고 3411만7933주를 취득해 신규 발행된 주식의 81.05%를 갖게 됐다.

9월 26일 임시주총 이전의 오리온홀딩스는 이 같은 유상증자가 어려웠다. 하지만 임시주총을 통해 신규 발행 주식의 배정 대상 및 이때 발행할 주식의 수와 가격 결정권까지 모두 이사회의 손에 넘기며 담 회장과 그의 가족은 지배력과 상속의 수월함을 동시에 챙길 수 있게 됐다.

출처-의결권정보광장

의결권정보광장에 따르면 9월 임시주총에 참가한 기관은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은 찬성표를 던졌고 정관 변경안은 통과됐다.

문제는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이하 지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는 국민연금이 이번 임시주총에서 ‘주주총회 결의사항을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변경하는 안에 반대한다’는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보여 또 다시 재벌 상속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인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리온은 임시주총을 통해 신설된 제 9조2항은 오리온홀딩스 이사회가 신주를 배정할 대상을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반면 상법은 원칙적으로 신주인수권이 주주에게 있음을 인정한다. 따라서 국민연금의 찬성표는 기존 오리온홀딩스 주주들이 소유한 신주인수권을 이사회에게 내준 셈이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

앞서 2015년 오리온(現오리온홀딩스)의 정기주총에서 ‘이사회의 결의에 의해 사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거나 이사회가 대표이사에게 사채발행할 권한을 위임하도록 하는’ 정관변경안이 발의되자 국민연금은 지침 6번의 ‘주주총회 결의사항을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변경하는안에 반대한다’며 반대표를 낸 바 있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

또 2010년의 정기주총에서도 정관을 삭제하거나 고치려 하자 국민연금은 지침 24번(증권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안에 대하여는 기존 주주의 권리 희석, 전환비율, 재무적 사항, 경영권 문제, 이해상충 등을 고려하여 사안별로 투표한다)을 근거로 반대했다.

오리온 측의 실질적인 필요에 의해 이번 찬성표가 이처럼 앞뒤 다른 의결권 행사에 대해 국민연금은 “회사 지침상 의결권 행사는 기금운영본부가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에 따라 결정한다”며 “자세한 내용은 비공개 사안”이란 말로 답변을 피했다.

오리온홀딩스의 임시주총에서 내놓은 국민연금의 찬성표는 주주들의 신주인수권 박탈과 의결권 축소를 불러왔다. 결국 주주들이 소외된 이번 증자에서 오너 일가가 오리온홀딩스 신주를 독식한 셈으로, 반대급부로 탄탄한 경영권과 상속의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즉, 지배력 강화를 위한 튼튼한 지렛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의원은 “대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기주식(자사주)을 활용해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편법적인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해서는 신설법인의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재벌그룹의 자사주가 총수의 개인재산이 아니라 주주 모두의 재산이므로 자사주에 배분되는 신설법인의 분할신주 의결권을 총수가 자기 이익을 위해 행사하는 것은 주주공동의 이익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2월 바른정당의 오신환 의원도 기업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 방안이 포함된 이른바 이재용 법을 발의했다.

한편 오리온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기존주주의 의결권 축소와 주주권리 침해에 대해 질문하자 “오리온홀딩스 임시주총을 개최했고 주주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정관 변경 의안에 동의했다”며 “보유비율이 변동됨에 따른 주주들의 금전적 손실이나 불이익은 없다”는 다소 질문의 취재와 맞지 않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 오리온홀딩스의 증권신고서에는 '자기주식이 분할을 통해 분할신설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데 활용됐다는 지적이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이번 사안이 향후 주가 및 경영 전반에 미치게 될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해당 이슈가 당사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명시한 까닭에 대해 묻자 오리온 관계자는 “해당 문구는 인적분할시 자기주식의 의결권이 부활되어 지배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대한 설명”이라며 “현재 국회에 이에 관한 개정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보니 위와 같은 언급을 했던 것으로서 당사 분할 진행 당시는 물론 현재 시점에도 현행법상 전혀 문제가 없으며, 증권신고서에 통상적으로 삽입하는 내용”이라고 답변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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