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임신·출산서 비롯된 손해는 면책” 주장
법원 “출산 전부터 보험료 납부한 것은 임신 출산 위험 대비”

현대해상이 태아와 산모를 대상으로 하는 태아보험을 가입 받고 정작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 상황에서는 발뺌을 하다가 법원으로부터 면박을 당했다.

현대해상은 태아보험에 가입한 고객의 출산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 적용 시점을 놓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리며 3년을 끌어왔다.

그러나 법원은 출산 과정에서 아기가 이상증세를 보여 뇌 손상을 입은 경우도 외래 사고로 인한 상해에 해당해 태아보험을 판매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9단독 오상용 부장판사는 A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1억9900여만 원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A씨에게 1억79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달 20일 밝혔다.

오 부장판사에 따르면 A씨와 현대해상은 출산 전 태아를 피보험자로 해 계약을 체결했고, 보험기간은 체결일부터 시작됐다. 약관에 ‘태아는 출생 시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돼있지만, 보험기간 개시 시점과 불일치해 문구 그대로 해석할 수 없다.

또 태아가 어머니 몸에서 전부 노출됐을 때 권리와 의무 주체가 된다 해도, 인보험의 피보험자가 반드시 권리나 의무의 주체여야 할 필요는 없다. 인보험의 목적이 생명과 신체 보호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태아에게도 피보험자 지위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A씨의 경우 분만 중 응급 상황이 발생해 통상적 분만 과정이 아니었으므로 약관상 보험금 지급 대상인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에 해당한다.

A씨는 임신 중이던 2010년 2월 자신과 태아를 피보험자로 한 현대해상 상해보험을 체결했다.

5개월 뒤 아이를 분만하는 과정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아이는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게 됐다. 현재 운동·언어능력 발달이 늦어 현재 재활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이에 A씨는 2014년 출산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에 따른 보험금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현대해상은 "약관상 임신‧출산 등을 원인으로 해 생긴 손해는 보상하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법원은 “진료기록 감정에 따르면 아이가 저산소성 뇌 손상을 입게 된 주된 원인은 출생 과정에서 발생한 태변흡입증후군 등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선천적·유전적 질환 등 내부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보상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법원은 "A씨가 출산 전부터 태아 보험에 가입한 때부터 보험료를 납부한 것은 임신 출산 기간에 발생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며 현대해상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임신‧출산에서 비롯된 손해에 면책 사유를 적용해 그에 대한 위험을 인수하지 않으려 했다면, A씨로부터 출산 전 기간에 보험료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현대해상은 “A씨가 보험사의 면책을 인정하며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 만큼 소송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주장 역시 “A씨가 면책을 인정했던 건 아이의 뇌 손상이 보장 대상이 아니라는 현대해상 측의 잘못된 안내 때문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잘못된 안내를 받은 채 이뤄진 합의는 무효”라면서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 1000만원을 제외한 1억7900여만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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