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출근 5시 퇴근…임금하락 없어
업계 “취지 환영…실현 가능성‧정착 여부 글쎄?”

신세계그룹이 대기업 최초로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주당 35시간으로 단축하기로 발표했다. 이 발표에 대해 유통업계는 환영을 표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그룹 전 계열사의 일 근무시간은 기존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어든다. 기본적으로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to-5제’ 형태다.

8일 A유통업체 관계자는 “발표 내용만 봐서는 취지가 바람직하고 환영할 일”이라면서 “그러나 연장근로수당이 통상임금처럼 돼있는 유통업계에서 임금하락이 어떻게 없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35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그동안 직원들이 기본급과 함께 통상임금처럼 받던 연장근로수당이 줄어들 것이 분명한데, 임금하락이 없다는 신세계의 설명이 어떤 기준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신세계의 이번 시도에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근로시간은 지난해 기준 2069시간으로 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300시간 이상 초과해 중하위권인 31위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다른 업종에 비해 휴일이나 연장근로가 많은 유통업계는 근로여건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신세계의 시도가 업계 전반에 만연한 분위기를 바꾸는 데 기여할 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일각에선 제도 도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체질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삼성이 ‘7·4제(오전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를 시도했지만 흐지부지된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험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신세계는 그동안 업계를 선도하는 파격 실험을 많이 해왔지만 정작 그 시도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성과가 그리 신통치 않은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신세계의 선도적이고 파격적인 실험은 실효성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며 “이번 실험도 일회성 깜짝쇼에 그칠지 성공적으로 정착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신세계는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이마트의 폐점 시간을 밤 12시에서 1시간 앞당겨 11시로 바꿨다.

이와 관련해선 “원래 매출 비중이 크지 않은 시간대”라며 “생색내기용 발표 아니냐”라고 말하는 시각이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주당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단축하면서 임금삭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우리도 선진국처럼 임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을 제공하겠다는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세세한 문제점들을 시행 과정에서 개선해나가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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