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지분 강화'는 명분 내세워 오너 이득 최대화 지적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지난 22일 한국타이어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지주회사로서 자회사에 대한 보유지분 강화' 목적이라고 했지만 조양래 회장이 자신이 갖고 있던 한국타이어 주식을 넘겨줌으로써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총괄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너 일가의 이익은 줄지 않고 오히려 본격적인 3세 경영 승계작업이 이뤄지게 됐다는 얘기다.

MB 사돈으로 알려진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이 한국타이어 지분 일부를 자녀들에게 바로 증여하지 않고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매각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증여세 등 세금을 최대한 피해 오너 일가의 배를 채우고 보자는 식의 꼼수가 아니겠느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2일 지주부문 계열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조양래 회장이 갖고 있는 한국타이어 주식의 30%인 598만7994주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3239억원을 들여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거래 후 조 회장의 한국타이어 지분율은 10.5%에서 5.6%로 축소됐고,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취득 후 한국타이어에 대한 지분율이 30%를 확보하게 돼 실질적으로 지주사 요건이 강화됐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사가 보유하는 자회사 주식 의무비율은 상장사의 경우 현행 20%에서 30%로 요건이 강화된다. 

이로써 손 자회사 보유지분 기준 인상 등 공정거래법 개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실제로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지배력이 커진만큼 조현식 총괄부회장의 그룹내 영향력도 커지게 된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관계자는 “지주회사로서 자회사에 대한 보유 지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다. 개정안 기준인 30% 요건을 맞추기 위해서 한국타이어월드가 한국타이어의 지분 일부를 매입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분기보고서 기준 한국타이어는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최대주주로 돼 있으며 기존 지분율은 25.16%이다. 이 외 조 회장이 10.5% 보유하고 있었고 아들 조현범 씨와 조현식 씨가 각각 2.07%, 0.65%만이 주식 수를 갖고 있다. 

발의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시행되려면 국회 법사위를 거쳐 국회 통과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다. 따라서 이번 거래는 당초부터 조 회장이 한국타이어에 대한 상속 및 증여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 주식 거래로 조 회장은 증여세를 물지 않으면서 세부담을 최소화하게 됐다. 

통상적으로 자녀들의 지분이 적을 경우 매매나 증여를 통해 주식교환이 이뤄지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안 기준에 선제적 대응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지주사 지분취득을 통해 오너가들의 배를 채우려는 꼼수 행위가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지난 3분기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현금 등 유동자산이 별도 5016억원 밖에 없음에도 조 회장의 주식을 사는데 이보다 절반이 훨씬 넘는 3239억원이나 쏟아부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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