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e스포츠협회 후원금 납부 내역 면밀 조사
경찰, 국회 미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 전달했나
이건희 삼성 차명계좌 황 회장 명의 개설 의혹도

올해 인공지능 TV '기가지니'와 세계최초 5G 홀로그램 국제통화를 선보인 KT가 한해 실적 결산과 사업계획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검경의 수사 표적이 되는 곤경에 빠졌다.

전병헌(59)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뇌물수수 혐의를 조사 중인 검찰이 롯데·GS홈쇼핑에 이어 KT로 수사의 방향을 돌려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성격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도 KT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28일 KT CR본부(국회 등 대외업무 담당) 등에서 후원금 납부 내역 관련 자료와 KT 관계자의 휴대전화 등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검찰은 제출 자료 등을 토대로 KT가 전 전 수석이 회장으로 있던 한국e스포츠협회에 행사 스폰서 등을 맡는 형식으로 후원금을 낸 경위와 자금 집행 내용을 살펴볼 방침이다.

KT는 협회 부회장사겸 이사사로 가입해 e스포츠 프로게임단을 운영하면서 협회의 게임 행사를 후원하는 등 협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검찰은 KT가 협회에 후원금을 낸 상세 경위와 자금 집행내역 등을 면밀히 검토할 방침이다.

동시에 경찰에서는 KT가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했다고 보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KT 임원들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한 내용의 첩보를 입수해 수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KT 임원들이 이른바 '카드깡' 방식으로 현금화한 뒤 이를 미방위원들에게 기부금 형식으로 전달했다는 첩보를 한달 여 전 한 제보자로부터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제보자 진술을 근거로 KT의 홍보·대관 업무를 담당한 임원들이 다수의 정치인들에게 카드깡을 통한 '쪼개기'형태로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들을 수사선상에 올려놨다.

KT의 불법 정치자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만큼 첩보내용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되는 7~8명의 KT 임직원들을 차례로 소환해 불법 정치자금 조성 여부와 경위, 전달 시점과 규모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한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를 조사하고 있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새로 드러난 차명계좌 200여개는 대부분 삼성의 고위급 임직원 명의로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명계좌 중에는 황창규 케이티(KT) 회장 명의로 개설된 것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2011년 이전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었던 차명주식 계좌 명의자 가운데 황 회장은 명의로 된 계좌가 있음이 확인됐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경찰이 국세청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 황 회장 명의로 개설된 차명계좌를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해당 계좌에 있던 주식은 2011년 이전에 처분돼 현재는 차명계좌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이 2009년 삼성을 퇴사한 이후에도 차명계좌가 유지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같은 내용을 취재한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황 회장 쪽은 “그런 계좌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다. 수사기관 등으로부터 관련해 통보를 받은 내용도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삼성그룹 임원 전반의 계좌를 압수수색하려는 계획과 함께 황 회장도 수사선상에 올려놨을지 관심이 모아진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2008년 4월까지 삼성 특검을 지휘한 조준웅 특별검사 수사 결과에 대한 ‘봐주기 수사’ 의혹이 높은 만큼 이 회장의 차명 재산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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