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유로 미국 도피하며 여권 무효화 조치 취소 행정소송 제기

김준기 DB그룹(옛 동부그룹) 전 회장
김준기 DB그룹(옛 동부그룹) 전 회장

김준기(74) DB그룹전 회장이 회장 시절 자신의 여비서를 상습 성추행하고 미국으로 도피해 세 차례의 경찰 출석 요구 불응도 모자라 이번엔 정부를 상대로 여권 무효화 조치를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여권의 발급 제한과 반납 결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윤경아 부장판사) 심리로 이달 9일 첫 변론기일이 열렸고, 다음 달 8일에 두 번째 기일이 열린다.

김 전 회장은 본안 소송과 함께 외교부 처분의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냈지만 "이유 없다"며 지난달 법원에서 기각됐다.

앞서 경찰은 김 전 회장의 국내 송환을 요청하는 인터폴 공조수사를 의뢰하면서 외교부에 여권을 무효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지난달 외교부로부터 여권이 무효가 됐다는 회신을 받았다.

따라서 김 전 회장은 미국 비자가 만료되는 이달 말까지 귀국하지 않는다면 불법체류자 신분이 된다.

김 전 회장은 비서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됐으나 작년 10∼11월 경찰의 세 번의 출석 요구에 그때마다 "신병 치료 때문에 미국에 머물고 있어 출석하기 곤란하다"며 응하지 않았다.

미국 현지 당국이 김 전 회장을 체포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현지 경찰이 김 전 회장의 나이, 건강 상태를 고려해 수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김 전 회장은 간과 심장 등의 질병 치료를 이유로 지난해 7월 미국으로 떠났다. 

김 전 회장의 비서였던 여직원은 작년 2∼7월 상습 추행을 당했다며 김 전 회장을 고소했다.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는 9월21일 동부그룹 회장에서 물러났다. 

당시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해 2~7월 김 전 회장이 자신의 신체를 강제로 만졌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 측은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하지만 서로 합의에 의한 것이지 강제성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피해자가 신체 접촉 사실을 빌미로 거액을 요구했다고 김 전 회장 측은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이 이달 말 미국 비자가 만료되면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계속 미국에 체류할 것인지 자진 귀국해 당국의 조사에 응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귀국하더라도 물론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차일피일 미루며 조사에 비협조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옛 동부그룹 회장으로의 마지막 업적은 여비서 성추행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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