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송산 주민들 생활 불편ㆍ건강 이상 호소
당진시, 진원지 현대제철 지목하고 원인 규명 요구

최근 몇개월동안 충남 당진시 주민들은 정체도 모르게 날아든 철가루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불편한 생활은 물론이고 주민들은 두통 등 건강에도 이상 있음을 호소했다.

당진시 송산면에 살고 있는 이 모(45, 여)씨는 "아파트 창틀에 시커먼 가루가 쌓여있고, 환기를 위해 창도 못연다"며 "얼마 전부터 머리 아픈게 계속되더니 호흡에도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토로했다.

충남 당진시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충남 당진시 송산면 등지에서 발견된 이물질이 '철가루'인 것이 확인됐다. 

당진시는 철가루 비산의 원인지로 현대제철을 지목하고 이에 대한 원인 규명을 요구했다. 당진시는 지난 9일 현대제철에 '현대제철 주변 철가루 날림 원인 파악 요구'라는 공문을 보냈다. 

당진시 환경정책과는 현대제철에 "청광플러스원아파트, 유곡프라자본관 상가, 송산 중명아파트 등지에서 채취한 이물질이 철로 확인됐다"면서 "제철소 내 어떠한 공정에서 발생된 것인지 파악한 후 결과를 환경정책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원인파악 요구를 보내기 전 현대제철은 관련 사안에 대해 자체 조사 결과를 당진시에 제출했다. 현대제철 측은 "민원 발생일 전후에 벨트콘베이어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당시 강한 북풍과 결합해 비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진시 현대제철 공장
당진시 현대제철 공장전경

하지만 시와 주민들은 현대제철 측의 설명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진시 환경정책과 환경감시팀 박재근 팀장은 "콘베이어벨트에서 떨어진 철가루가 2~3km 밖의 아파트와 상가까지 날렸다는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면서 "현대제철 측에 정확하게 원인을 규명할 것을 요구했다"라고 말했다.

당진시 환경정책과는 지난 해 11월 22일 현대제철 정문에서 2~3km 떨어져 있는 송산 상가와 아파트 등지에서 채취한 이물질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분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물질은 철이 주성분이며, 규소, 칼슘, 알루미늄, 칼륨으로 구성됐다. 

당진시에 따르면 현재 공장에는 100여개의 굴뚝이 있다. 이중 24개에는 실시간으로 오염물질 배출을 측정하는 TMS가 설치돼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재는 TMS가 설치되지 않은 굴뚝이나 철광석, 코크스를 보관 중인 곳 등 철가루가 배출될 가능성이 있는 곳을 확정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또 “야간에 철가루가 쌓였다는 점에서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확한 것은 조사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가루가 발생해 조사가 진행 중인 것이 맞다”며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확한 발생 지점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간에만 오염물질을 배출한다거나 하는 일은 공정상 있을 수 없다”며 “다만 시설 보수나 개선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역시 자체 조사 결과에 따라 철가루인 것을 인정했다. 현대제철은 비산먼지 방지를 위해 2018년도에만 250억원, 2020년까지 4600억원을 투자을 들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산먼지나 철가루가 발생하는 모든 작업이 강풍의 영향을 받는 실외에서 이뤄진 것인지, 작업환경 개선을 위한 정확한 원인 규명 없이 제대로 된 방지 대책을 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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