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낙하산 인사' 논란 등 전 정권 그림자 도마에
새정부 정책 기조 '하지말라'는 짓 골라서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대한민국 정부다. 지난해 9월 기준 기획재정부가 51.81% 지분을 보유, 국민연금공단도 9.2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최근 지난 정부 때 임명된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은행장 자리에 오르게 된 배경을 두고 당시 은행노조가 제기했던 '친박 인사 개입설' 등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는 얘기가 또다시 솔솔 도마에 올라 논란이 되고 있다.

◇ '친박 낙하산 인사' 설…또 고개

2016년 12월 취임 당시 노조는 김 행장에 대한 정치적 배후설을 강력히 제기한 바 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기업은행장 인선 배후에 현정부 실세와 친박계가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김도진 부행장은 내부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과 연관됐다고 한다”며 “기업은행장 내정설이 돌았던 정 이사장이 기업은행장 인선에 개입하는 ‘검은 커넥션’이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여럿 매체에서도 금융노조의 주장을 빌어 김 은행장 임명에 낙하산 인사 등의 논란을 집중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표적 친박 인사로 꼽히는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주관한 저녁 식사 자리에 김 부행장을 비롯해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 이득준 큐브인사이트 회장이 참석했는데, 이때 정 이사장이 김 부행장을 차기 행장으로 강력히 지원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당시 언론은 금융위가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김 부행장을 비롯해 김규태 전 전무이사와 외부인사 1인을 추천해 팽팽한 3파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위는 "노조가 언급한 이들을 기업은행장으로 추천한 바 없고, 모임도 전혀 가진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노조는 "당사자로부터 들러리를 섰다는 해명이 있었고, 제보도 받았다"며 "의혹을 부정하지 말고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반박하면서 갈등이 더욱 커진 채로 김 은행장은 취임했다.

◇ 제발 저렸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취임한지 1년이 된 김 은행장은 올해 연초 3300명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해 행내 갈등을 부추켰다. 여기에 창업기업 연대보증 문제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는 등 연초부터 김 은행장의 자질과 리더십을 의심하는 말들이 금융권에 나돌고 있다.

취임 초부터 불거졌던‘친박’ 낙하산 의혹을 받아오던 터라 취임 후 바뀐 새 정부에서 내년 말까지인 임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불안감에 과도한 현 정부 코드 맞추기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성 발언이 나오는 이유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는 맞지만 노사간 협의 없이 졸속으로 정규직 전환을 실시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은행 내부에서 나오며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먼저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 사이에 각종 루머 및 오해, 불만 등이 제기돼 노노갈등으로 심화됐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측은 "지난 정부 때부터 정규직화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고, 당시 TF까지 꾸려져 진행돼 왔던 부분이라 갑자기 이뤄진 것이 아니다"며 "부정적으로 비춰지는 노-노갈등은 극히 일부일 뿐이며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여 지금 시점에서 부각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며 경계했지만, 전환 과정에서 적절한 합의와 이해 도출 없이 일방적 통보 방식으로 이뤄진 것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 하지 말라는 '창업기업 연대보증'

여기에 김행장은 최근 감사원에서 창업기업 연대보증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이 지난 9일 발표한 '창업​·벤처기업 육성 및 지원 실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연대보증 면제 대상기업에도 397건, 325억원 어치의 연대보증 계약을 체결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창업기업 활성화를 위해 창업 5년 이내 대표자의 연대보증 부담을 면제(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16개 은행 협약체결)해 주고 있다. 

그런데도 창업​·중소기업 지원에 앞장서야할 기업은행이 오히려 연대보증을 요구하며 창업기업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 정부 규제 '가상화폐' 수수료 챙기기 1위

기업은행은 암호화폐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가상계좌를 암호화폐 거래소에 제공하면서 지난해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수수료를 챙겼다.

금감원이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상통화 취급업자에 대한 은행 수수료 수익 현황에 따르면 국내 6개 은행의 지난해 가상통화 거래소 관련 수수료 수입은 22억 2100만원으로, 이 중 1위는 기업은행이 강상계좌 수수료를 건당 300원으로 책정해 총 6억7500만원 수입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주거래은행으로 30여개 가상계좌에 예치금 4920억원 규모의 거래 때마다 수수료를 받아왔다. 은행 시스템에 포함돼 있는 가상계좌 시스템은 별도의 유지비용이 들지 않아 작년 암호화폐 거래가 폭증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추가 투자 없이 큰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그간 은행들은 가상통화 거래를 통해 수수료 수익을 챙기면서도 고객 보호차원에서는 나몰라라 한 측면이 있었다. 특히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할 기업은행 등이 수수료 수익에만 치중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며 “공정한 검사를 통해 불법, 위법행위가 없었는지 확인함과 동시에 은행 자체적인 보호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를 사행성이 강한 투기로 보고 강력한 규제를 펴면서 가상화폐 논란이 거세지자 기업은행은 부랴부랴 가상화폐 실명거래제가 시행되는 오는 30일 이후에도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신규 회원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가상화폐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수수료를 거둬들였다는 논란과 함께 정부 기조를 예측 못한 국책은행으로서의 부담감을 적잖이 느낀 것으로 보인다.

◇ 다스(DAS) '자금창고 역할' 도맡은 기업은행

더우기 최근 '실소유주 = MB'를 기정사실화 하는 국민적 여론을 토대로 턱밑까지 조사에 들어간 다스(DAS)의 기업은행 차명계좌 금고 의혹도 김 행장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가뜩이나 취임 과정에서 친박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데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연관된 다스 의혹까지 불거져 자칫 수사선상에 오를 여지도 배제하기 어려워 그의 입지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로 거론되는 자동차부품 회사 다스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기업은행의 차명계좌 금고 논란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다스 경영진이 협력업체 직원의 친인척들을 동원해 기업은행에 차명계좌를 만들어 자금을 숨겼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 과정에서 기업은행이 다스의 자금 창고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한 언론통신사의 보도에 따르면 다스 협력업체 직원의 친인척 17명 명의로 된 차명계좌 43개에서 비자금으로 보이는 120억4300만원이 확인됐고, 이 중 75억3600만원이 기업은행 계좌에 보관돼 있었다. 다스의 가장 큰 '자금 창고' 역할을 기업은행이 맡은 셈이다.

이처럼 일반 시중은행 아닌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각종 불법적 요소를 자행해 온 데에 대한 시선은 현 기업은행 수장을 맡고 있는 김도진 은행장에 모아지고 있고, 그 책임감은 고스란히 김 은행장을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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