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53% 외국인 투자자는 ISS 권고 결정에 의결권을 행사할 것"
국민연금·기업은행 절차 문제와 CEO 리스크 우려 '반대' 입장 표명

백복인 KT&G 사장 연임이 오는 16일 제 3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백 사장이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에 의해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추천됐지만 국내 최대주주들의 반대와 논란 덕분에 연임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KT&G 내부에서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며 백 사장 연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대주주인 국민연금과 2대 주주인 기업은행은 연임 절차와 CEO 리스크 등 문제가 크다며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KT&G는 오는 16일 대전 대덕구 인재개발원에서 제3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번 주총에는 백복인 사장의 연임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돼 있다.

외국인 주주의 비중이 주주 전체의 절반이 넘는 53%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국제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오는 8일과 12일 사이에 주주들에게 권고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져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실상 외국인 투자자 뜻에 따라 백 사장의 연임이 결정되는 구조여서, ISS 권고 의견이 연임을 결정지을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ISS의 권고가 의결권 행사에 실제 반영되는 비율이 74.3%에 달해 이번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기관투자 전문가는 "의결권 행사 시 근거가 남아야 하기 때문에 ISS의 권고 내용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대부분의 외국인 투자자는 ISS의 결정을 참고해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ISS에 콘퍼런스콜 개최를 제안한 것도 IBK기업은행이다. KT&G 지분 6.93%를 보유한 기업은행은 백 사장의 연임을 막기 위해 콘퍼런스콜에서 기업은행은 백 사장 연임의 부당성을 알리고 은행에서 추천한 2명의 사외이사 선임 지지를 요청할 예정이다.

기업은행은 KT&G에 사장 선출 과정의 불공정성과 분식회계 등 백 사장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이유로 연임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달한 바 있다. 최대 주주 국민연금(9.09%)도 이 같은 판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T&G는 올해 1월 31일 사장 공모 공고를 내고 지원서 접수 이틀, 서류 심사 하루, 면접 하루 등 후보 공모부터 결정까지의 과정을 나흘 만에 속전속결로 끝냈다. 사장직 지원 자격으로 전·현직 전무 이사, 계열사 사장 출신 등 내부 인사로 한정한 결과 백 사장 단독 후보가 결정됐다.  '셀프연임'이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백 사장은 2011년 KT&G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 인수 과정에서 제기된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전(前) 임직원들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고, 금융감독원도 의혹에 대해 감리 중에 있다.

기업은행은 검찰 수사와 감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CEO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백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같은 연임 절차상 문제와 CEO 리스크 두 가지를 꼽는다.

한편 최근 감사를 받지않은 채 외부로 유출된 '올해 1월 손익계산서(잠정치)'에서 1월 KT&G 매출과 수출이 급감한 사실을 놓고 백 사장이 연임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올해 1월 판매할 물량을 지난해 말 판매처에 '물량 밀어내기'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되기도 했다. 

회사 감사팀은 뒤늦게 내부자료 관련 자료를 생산·관리하는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조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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