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구속 수사가 불가피한 중대한 범죄 혐의”

검찰이 '다스 실소유주 = MB'라고 결론을 내리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10년이 걸렸다. 그러나 정작 실질적으로 구속영장 청구 근거는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할 수 없게 만든 청와대 문건 3400여 건을 무단 유출한 것에 대한 것이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퇴임 후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야 할 문건들이 청계재단 소유 영포빌딩으로 빼돌려졌으며, 이는 해당 문건들에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각종 불법적인 국정 운영 정황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당연히 도곡동 땅부터 비롯된 다스와 MB 간의 각종 이권 개입 혐의 입증은 지금부터 시작이 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구속 수사가 필수라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제 주인이라는 취지의 표현이 당연히 영장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19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해 110억원대 뇌물수수 및 350억원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월 25일 영포빌딩 지하 2층의 다스 비밀창고를 압수수색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2009년 10월 청와대 재직 시절 작성한 'VIP 보고 사항'이라는 문건을 확보했다.

이는 다스의 미국 소송 진행 상황과 청와대 차원의 대응 방안, 삼성전자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사실 등이 담긴 문건이다. 이와 함께 창고에서는 'PPP(Post President Plan) 기획(案)'이라는 문건도 발견됐는데, 여기에는 이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다스 차명 지분을 회수하는 등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문건들은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수수 의혹, 청와대 직원들에 대한 직권남용 의혹이 사실이라고 결론 내리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검찰은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과 국가정보원, 경찰 등이 '우(右) 편향 국정 운영'을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각종 '정치공작 성격'의 자료도 창고에서 확보했다.

검찰은 민정수석실과 국정원이 '현안자료', '주요 국정 정보' 등이란 제목으로 '좌파의 사법부 좌경화 추진 실태 및 고려사항' '금년도 사법부 대대적 개편 활용, 법조계 건전화', '안티 2MB 집행부 비리 폭로로 조직 고사 유도',' '좌파 교육감들의 부도덕·반교육 행태 집중 부각', '좌편향 방송인 재기 차단으로 공정방송 풍토 조성', '좌파의 모바일 이용 여론장악 기도 차단' 등을 보고했다고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이 보고한 '현안 참고 자료'에도 '촛불시위 직권조사 과정에서 경찰청장에 대한 경고를 권고한 국가인권위 인적 쇄신 필요', '각종 보조금 지원 실태를 재점검해 좌파성향 단체는 철저하게 배제, 보수단체 지원 강화', '온·오프라인상 좌파세력의 투쟁여건 무력화 등 대책', '좌파의 지방선거 연대 움직임 및 대응 방안',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당 승리 위한 대책 제시' 등이 담겼다.

검찰은 "그 자체로 형사상 범죄를 구성할만한 문건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건들을 대통령기록관으로 보낼 경우 퇴임 후 정치 쟁점화가 될 것은 물론 형사처벌 우려가 있어 영포빌딩 등으로 빼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제부터 검찰은 다스의 설립 과정 및 운영 전반에 이 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역할 했다는 판단을 입증해야 한다. 또 주된 혐의로 적시된 비자금 조성을 통한  350억원대의 횡령과 110억원대의 뇌물수수 의혹도 속속들이 밝혀내야 한다.

검찰은 영장을 청구하며 죄명 기준으로는 6가지, 혐의별로는 약 10여가지 범죄 사실을 적용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박범석(45·사법연수원 26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이 곳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전 심문이 열린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22일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유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들이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당시 혐의들과 비교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가볍지 않다”며 “계좌내역이나 장부 등 객관적 자료와 핵심인사 진술로 충분히 소명됐고, 개별 혐의 하나하나가 구속 수사가 불가피한 중대한 범죄 혐의”라며 구속수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23년 만에 전직 국가원수 두 명이 나란히 구치소에 수용되는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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