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하다' 크라운 윤영달 회장 장남 윤석빈 사장 등기이사 재선임 예정
크라운해태홀딩스 등 크라운제과 주요 기업에서 경영권 배제

허니버터칩의 창시자 신정훈 해태제과 사장(우)
허니버터칩의 창시자 신정훈 해태제과 사장(우)

빅히트 과자제품 ‘허니버터칩’ 신화를 일으켰던 신정훈 해태제과 사장이 최근 별다른 실적으로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침체의 늪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신 사장은 크라운해태제과 윤영달 회장의 장녀 윤자원씨와 결혼해 해태가(家)와 연을 맺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MBA(경영학 석사) 과정을 밟은 뒤 공인회계사 자격까지 갖춘 그는 삼일회계법인과 외국계 컨설팅회사 베인앤컴퍼니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베인앤컴퍼니는 장인인 윤 회장이 추진하던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 인수합병을 맡았던 곳으로 신 사장은 윤 회장을 도와 지난 2005년 해태제과 상무에 입사하게 된다. 이후 3년 뒤인 2008년 대표이사직까지 임명됐다.

당시 신 사장의 대표이사 임명을 두고서 단지 회장 사위라는 이유로 임명한 것이 아니냐며 ‘낙하산 인사’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주변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러나 해태제과의 중국 OEM업체인 CANIVAL사 제품에서 화학물질인 멜라민 검출된 이른 바 ‘멜라민 파동’ 사태가 터지고 신 사장은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해 찬사를 받게 됐다.

당시 해태는 OEM 제품을 포함한 모든 생산 제품의 품질관리 기준을 국제기준 수준으로 맞췄고 이를 위해 국제적인 식품 성분 분석기관인 유로핀스 사이언티픽(EUROFINS SCIENTIFIC)등과 연계에 나섰다.

또 국내 기업 최초로 AFIC(Asian Food Information Center : 아시아식품정보센터)에 가입해 효과적인 대응체제를 구축했고 자사의 고객지원센터와 가정의학과 의료전문가를 연계해 고객들의 안심을 사는데 주력해 호응을 얻었다.

이후 그는 지난 2014년 8월 ‘허니버터칩’을 출시해 과자업계에 돌풍을 일으킨다. ‘허니버터칩’은 출시와 동시에 폭발적인 호응을 받아 품귀현상을 일으켰고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웃돈을 주고 구입하는 일도 발생한다.

‘허니버터칩’ 돌풍에 힘입어 해태제과는 지난 2015년 상반기 개별 기준 3917억원 매출액을 달성한다. 이는 무려 전년 동기대비 21.3% 증가한 수치다.

이와함께 영업이익도 지난 2014년 대비 140% 급증한 279억원을 기록하게 됐고 해태제과는 15년 만인 지난 2016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복귀하게 된다.

하지만 ‘허니버터칩’ 돌풍이 꺼진 이후 해태제과 성장 1등 공신인 신 사장이 거듭 실적 부진을 보이고 있어 한계점 도달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일 해태제과가 발표한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해태제과는 지난해 매출 7840여억원을 기록해 지난 2016년 7820여억원에 비해 소폭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지난 2016년 353억원7640만원 보다 두 배 가까이 하락한 185억4785만원을 기록해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결기준 재무제표상 작년 영업이익도 189억3652만원을 기록해 지난 2016년 351억5136만원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매출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영업이익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6년 5월 10일 일본 가루비사와 공동 투자해 증설한 문막 제2공장도 신 사장에게는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막 제2공장 증설 이후 ‘허니버터칩’ 매출이 향상되지 않고 오히려 급감하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인 GS25에 의하면 지난 2016년 2분기 허니버터칩의 매출은 1분기 대비 17.1% 감소했다. 허니버터칩 매출은 지난 2015년 4분기 이후부터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6년 4월 신 사장은 IPO(기업공개) 간담회서 “지난 2015년 허니버터칩은 매출 523억원을 기록해 국내 감자칩 스낵 시장 점유율 20.1%를 기록했다”며 “올해 감자칩 시장이 3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돼 허니버터칩 시장 점유율 및 매출은 각각 33%, 1000억원 가량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신 사장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해태제과 실적은 지금까지 하락세를 유지 중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처럼 장인인 윤 회장이 장남 윤석빈(46) 크라운해태홀딩스 사장에 대한 승계작업 절차에 나서 신 사장 향후 행보에 어떤 장애요소로 등장할지 미지수다.

크라운제과가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윤 회장은 장남 윤 사장으로 이어지는 승계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크라운제과는 지난 6일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통해 오는 23일 열릴 정기주총에서 윤석빈 사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할 예정이다.

지난 2007년 크라운제과 이사로 합류한 윤 사장은 지난 2010년 상무에 부임한 후 같은 해 대표이사직에 임명됐다. 작년 3월 크라운제과가 지주사로 전환하며 그룹을 총괄하는 크라운해태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른 그는 이번 정기주총을 통해 사내이사 다시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사위인 신 사장이 아무리 일을 잘해도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역할을 했을 뿐 결국 경영권 승계에서는 혈연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기업 오너들이 등기이사에 오르는 것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이뤄지는 조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롯데 신동빈 회장 등도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허니버터칩 등으로 실적을 인정받았지만 일정 지분을 갖지 못한 신 사장의 경우 크라운해태홀딩스 등 크라운제과 주요 회사에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경영권에서 배제되는 모양새다.

한편 금감원 전자공시사이트(DART)에 의하면 크라운제과 최대주주는 두라푸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라푸드는 윤 사장이 최대주주인 오너일가 가족회사로 작년말 감사보고서 기준 지분 59.60%를 윤 사장이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윤 사장 친인척 윤병우 씨가 17.78%, 모친 육명희 크라운베이커리 전 대표 7.17%, 차남인 윤성민 씨 6.32% 등 오너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대표적 가족회사다.

일부 업계에서는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 신 사장이 제2의 ‘허니버터칩’과 같은 히트작 등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루지 못할 경우 향후 해태제과 대표이사직 유지도 불안해 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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