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지배구조연구소 "국정농단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 중인 점 고려하면 독립성 측면 강화해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이사를 재선임해 논란 중인 삼성물산(연합뉴스 제공)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이사를 재선임해 논란 중인 삼성물산(연합뉴스 제공)

삼성물산이 주주 및 컨설팅회사 등으로부터 ‘반대권고’를 받은 사내·사외이사 선임을 강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2일 삼성물산은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최치훈 대표이사와 이영호 건설부분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과 이현수 서울대학교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의 사외이사 재선임안을 통과시켰다.

이와 함께 정금용 리조트부문장과 고정석 상사부문장이 신임 사내이사에 필립 코셰 전 GE 최고생산성책임자(CPO)를 신임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하지만 이날 통과된 삼성물산 이사 선임안에 대해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과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이 공정성·독립성·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선관주의 의무) 소홀 등을 이유로 반대의견을 주장해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삼성물산 지분 5.57%를 보유한 국민연금은 전날인 21일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를 열어 최 대표 등 기존 이사들에 대한 재선임 안건을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이들이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을 계획했던 이사회 구성원들로 선관주의 의무를 소홀히 수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SBS 보도에 의하면 지난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여부가 결정될 주주총회 개최일을 2주 남긴 시점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 ISS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이 제일모직 가치를 과대평가해 삼성물산 주주에게는 손해라며 국민연금 등에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지난 16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안상희 본부장과 이현경 연구원은 ‘2018년 정기주주총회 임원선임 특이 안건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필립 코쉐 신임이사 안건에 대해 ‘반대권고’를 내렸다.

보고서에 의하면 필립 코쉐 이사는 최 대표와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의 재직기간이 겹친다. 최 대표는 지난 1988년부터 2006년까지 약 18년간, 필립 코쉐 이사는 지난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재직했다.

이를 근거로 과거 동일 기업에서 일정기간 함께 재직한 두 후보자가 이후 다른 동일 기업에서 사내이사와 그 사내이사를 견제해야할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독립성 확보에 어렵다고 안 본부장과 이 연구원은 판단했다.

또한 이들은 최 대표가 삼성물산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이사회 의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필립 코쉐 이사 선임은 독립성 결격 요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뿐만아니라 안 본부장 등은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에서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지배주주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에 연루돼 재판 중인 점을 고려하면 독립성 측면이 더욱 강화되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점들을 고려해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필립 코쉐 이사에 대한 선임안에 ‘반대권고’를 내렸다.

또한 지난 15일 좋은기업지배연구소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이사들을 재선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냈고 21일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도 최 대표 등 4명의 이사후보에 대해 반대결정 의견을 내렸다.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공시지가 조작 논란에 휩싸인 삼성물산이 주변 반대에도 무릅쓰고 논란이 된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을 강행한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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