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직권남용 등 혐의 구속영장 발부

110억원대 뇌물수수·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됐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은 헌정사상 네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현대건설 사장 등 샐러리맨의 신화를 이룬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으나 결국 영어의 몸이 되어 정치 인생을 마감하게 됐다.

대한민국 제 17대 대통령을 지내고 2013년 2월 퇴임 이후 5년 1개월 만에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으로 발목이 잡혀 결국 지난 22일 밤 11시 6분 서울중앙지검의 구속영장 발부와 함께 50여분만에 구인됐다.

22일 법원이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과 관련 그는 "지금 이 시간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이 모든 것은 내 탓이라는 심정이고 자책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날 구속영장 발부에 앞서 미리 작성해 페이스북에 공개한 친필 입장문을 통해 "지난 10개월 동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었다"며 "휴일도 없이 일만 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고통받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룰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구속됨으로써 나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이 좀 덜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며 "바라건대 언젠가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 말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고 덧붙였다.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자필로 심경이 담긴 3장의 입장문을 남겼다.
22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자필로 심경이 담긴 3장의 입장문을 남겼다.

검찰은 내달 10일까지 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조사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은 구속 기간(10일)을 한 차례 연장해 충분히 조사한 뒤 다음달 10일 이내에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일정에 따라 재판은 계속될 것이고, 다이내믹했던 인생을 뒤로 한채 괴롭고 지루한 여생을 보내게 된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직권남용 등 14개 안팎의 혐의를 받는다.

우선 그는 국가정보원에서 7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 5일 국정원 특활비 수수 창구 역할을 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규정한 바 있다.

또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585만 달러(68억원)를 받은 것을 비롯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천만원), 대보그룹(5억원), 김소남 전 의원(4억원), ABC상사(2억원), 능인선원(2억원)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뇌물수수 혐의액은 총 111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실소유주인 다스에서 1991년부터 2007년까지 33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빼돌리는 등 총 350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이 밖에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돕게 하고 처남 고 김재정씨 사망 이후 상속 시나리오를 검토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청와대 문건 무단 유출·은닉(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포함했다.

구속영장 포함 범죄 혐의와 관련해 보강 조사를 해야 할 내용이 많고, 현대건설 2억원대 뇌물 수수 등 이번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추가 수사가 필요한 혐의도 많아 검찰은 내달 10일까지 한 차례 구속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수감 첫날 불면의 밤을 보낸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날 법무부에서 아침식사로 제공한 첫 구치소 식사인 모닝 빵·쨈·두유·양배추 샐러드를 먹고, 다른 수감자처럼 세면대에서 스스로 식판과 식기를 설거지해 반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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