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은행 고위험 ETF 판매액 갈수록 늘어 투자 피해 우려
삼성자산운용, 채권형 ETF 순자산 업계 최초 3조원 돌파

금융감독원, 레버리지 ETF 등 고위험 신탁상품 '소비자경보' 발령

시중은행에서 판매되는 고위험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에 대한 투자 피해가 우려된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내용으로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은행을 중심으로 레버리지 ETF 등 고위험 금전신탁상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날 금융감독원은 소비자경보(주의단계)를 발령했다. ETF란 코스피200 등 특정 지수의 움직임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 상품이다.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를 사전 예방하는 차원에서 ‘소비자 실무협의회’에서 해당 감독부서와의 논의를 거쳐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정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금융당국이 소비자 주의보를 내린 것은 2012년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 있는 사례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이 판매한 ETF 신탁상품 중 고위험등급 ETF 신탁은 4조1397억원으로 2년 전인 2015년 2694억원에 비해 15.4배나 급증했다.

지난해 월평균 판매액이 3449억원이었던 고위험 ETF는 올해 1, 2월 월평균 판매액은 6379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나 급증세를 이어가고 있다.  2월까지 누적으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 신탁 판매액은 1조2758억원 규모가 됐다. 두 달만에 작년 전체 판매액(4조1397억원)의 3분의 1 가량을 채운 셈이다.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은행 예ㆍ적금의 선호도가 떨어지자 은행들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고위험 ETF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제공)

ETF 중에서 해당 지수보다 2배로 크게 움직이는 레버리지 ETF나 해당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ETF는 고위험등급 ETF로 분류된다. 이 같은 고위험 ETF 상품은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으며,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 등락폭 보다 상품 손익의 변동폭이 더 크다. 또한 인버스ETF는 지수가 하락할수록 배 이상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상품인데, 마찬가지로 지수 상승 땐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금감원이 고위험 ETF 상품에 대해 이같은 조처를 내린 것은 최근 미국 금리 인상 및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대외 금융·경제여건이 크게 변하면서 국내외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고위험 ETF 판매액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위험 상품 판매액이 급증했지만 지난 2년간은 별 문제가 없었다. 대표 상품인 ‘KODEX레버리지ETF’는 2016년 연간 15.15%의 수익률을 냈고 2017년엔 무려 55.30%의 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시장금리 상승과 무역분쟁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약화돼 2월 한달간 각각 5.42%, 6.19% 하락했고, 3월에도 약보합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코덱스레버리지ETF도 올 들어 마이너스(-) 8.56%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 최고점 대비 최저점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20%대에 달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원금 손실을 보는가 하면, 가입 기간이 길어 수익률이 났다 해도 비싼 수수료 때문에 예상보다 수익률이 낮다며 당황해 하는 투자자도 부지기수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고위험 ETF 관련 민원이 급증할 수 있다고 보고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주의 단계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한다"며 "상품 투자 시 생활자금이나 필수 결제자금 등은 원금이 보장되는지 여부, 투자 기간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를 상대로 한 불완전판매 등이 발견되면 곧바로 현장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상품에 대한 금감원 민원은 2015년 이후 19건에 그치지만 앞으로 금융시장 변동 가능성이 커 관련 민원이 급증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고위험 ETF는 은행뿐 아니라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서도 투자할 수 있다.

다만 금감원의 이번 조처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고위험 ETF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했다. 은행의 고위험 ETF 판매액이 다른 업권에 비해 급속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28일 삼성자산운용은 자사의 채권형 ETF(상장지수펀드) 순자산이 업계 최초로 3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은 현재 코덱스(KODEX) 단기채권을 비롯해 코덱스 10년 국채선물, 코덱스 종합채권(AA-이상) 액티브 등 총 7개의 채권형 ETF를 운용하고 있다.

이중 코덱스 단기채권 ETF는 2014년 이래로 꾸준히 순자산 1조원 이상을 유지해왔으며, 이번 코덱스 채권형 ETF의 순자산 3조원 돌파는 삼성자산운용이 지난 2009년 코덱스 국고채 3년 ETF를 처음 선보인 후 9년 만에 일궈낸 성과라며 자축했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최근 채권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금리 상승에 투자하는 국채 10년 인버스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는 등 코덱스 채권형 라인업을 활용한 투자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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