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개인정보보호 사후약방문식 면피성 방책 대부분인 실정
페이스북 사태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야 할 듯

이병현 행정사
이병현 행정사

[전문가칼럼-이병현 행정사] 최근 개인정보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입니다.

페이스북에서 약 5000만명의 개인정보가 고객 동의 없이 정치 컨설팅 회사로 흘러들어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활용됐다는게 이번 파문의 핵심입니다.

금번 사태로 인해 페이스북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무너져 주가가 하락을 거듭하여 한화로 약 40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하였습니다.

추이를 되돌리기 위해 미국과 영국의 주요 신문들에 전면광고로 사과문을 페이스북 소유주인 마크 주거버그의 명의로 게재하였지만 이미 잃은 고객들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엔 아무래도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영국 의회는 금번 사태를 계기로 마크 주커버그에 대한 출석요구는 물론 각종 규제입법 절차 돌입하였을뿐 아니라 미국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물론이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도 이 사건에 대해서 조사에 착수하였습니다. 특히 FTC의 조사결과에 따라서 정보유출 건수당 약 4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기에 페이스북 측에서는 민사절차에 돌입하기도 전에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직 사태 파악이 진행중이기에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에 대해 생각을 하다 '마크 트웨인'의 격언이 떠올랐습니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에서 내로라 하는 각계의 인재들이 모여 운영되는 업체입니다. 페이스북에서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부지(不知)로 수많은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동의 없이 정치 컨설팅 업체로 흘러갔다고 판단하는게 합리적일까요?

페이스북에서는 정밀하게 설계된 개인정보 취급·보호 정책을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고객들에게 오래전부터 고지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들이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경시(輕視)하여 금번 사태가 벌어졌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그냥 남들이 그렇게 말하니까 중요한 건가 보다’ ‘수익창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번거로운 프로세스’라고 일상에서 가볍게 여기다 막상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터지니 회사의 존폐를 걱정할 처지에 몰린 것으로 추정하는게 보다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각종 하드웨어간 연동부터 기동성(Mobility), 빅데이터 활용, 소셜 로그인이 강조되는 최근 IT환경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의 수많은 IT업체들도 오래전부터 수많은 개인정보들을 취급해왔습니다. 현재 카카오와 네이버 라인 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IT업체 들에서도 페이스북처럼 소셜로그인 기능과 연락처 연동기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업체들 역시 개인정보보호 방침을 정교하게 설정하였지만 사후약방문식의 면피성 방책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컨트롤 타워를 수행해야 할 관리당국은 여러 곳으로 흩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취약한 여건에서도 부디 우리나라 업체들에서는 페이스북 사태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벌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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