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가치 상승 부풀려 하위 투자자 모집해 수백억씩 챙겨

고수익을 미끼로 가상화폐 투자를 유도해 1천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금융다단계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수원지검 강력부(이진호 부장검사)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6곳 금융다단계 조직 95명을 입건하고, 혐의가 중한 A(40)씨 등 10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또 소재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는 최모(49·여)씨 등 4명을 기소중지했다.

이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거나 통용이 불가능한 가상화폐를 내세워 투자금을 받아 챙기는 수법을 주로 사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A조직은 2015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ACL 코인'을 사면 6개월 후 원금의 2~5배에 달하는 코인이나 현금을 지급하고, 하위 투자자 모집 시에는 수당을 지급하겠다"며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 조직이 연 투자설명회 등에서 정보를 접한 투자자들은 적게는 80만원부터 많게는 800만원까지 투자했다. 받은 투자금은 292억여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가상화폐는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었고, 시세도 내부 거래를 통해 인위적으로 올린 것에 불과했다. 조직원들이 투자자에게 제시했던 외국은행 명의 지급 보증서는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조직의 투자설명회를 주도하고 각종 수당 명목으로 5억원은 챙긴 김모(44)씨 등 2명을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지역센터장 등 4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또 다른 B조직은 자신들이 급조한 커피전문점 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한 '빅코인'을 내세워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1196차례에 걸쳐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66억여원의 투자금을 챙겼다.

이들은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의 가치가 앞으로 수십배 상승할 것이다. 코인 판매대금은 홍콩 본사에 예치되므로 언제든지 현금으로 환전해 줄 수 있다. 하위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였다.

또 C조직은 생분해 비닐을 개발한 중국 친환경 업체에 투자하라며 투자자를 모집해 251억여원을 모았고, D조직 41명은 스위스 사모펀드 업체 투자를 미끼로 248억여원을 챙겼다.

이번 적발된 금융 다단계조직 중 4개 조직은 가상화폐 투자를 빙자한 사기 행각을 벌였으며, 다른 2개 조직은 해외 투자를 미끼로 돈을 뜯어냈다. 이렇게 6개 조직이 거둬들인 돈은 약 1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 프로그래머 박모(47)씨 등은 금융 다단계 업자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고 가짜 가상화폐 지갑 어플을 개발해 넘겨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에 편승한 다단계 방식의 투자 수신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센터장' 등의 직함을 갖고 하위투자자를 모아 조직을 유지·확대하는데 핵심 역할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 상위사업자들은 단속에 걸리면 피해자 행세를 하고, 다른 투자아이템을 발굴해 유사범행을 반복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수사로 실제로는 공범이면서 그동안 피해자인 척 처벌을 회피해 온 상위 사업자에게도 책임을 물어 다단계 조직 자체의 근절을 도모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요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