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 고위직 전·현직 임원 자녀 20여명 근무

최근 채용비리 사태가 불거지면서 전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신한금융그룹 전·현직 고위 임원 자녀에 대한 채용 문제도 도마에 올라 논란을 낳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전·현직 고위 임원들의 자녀가 신한금융그룹에 들어갔거나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들이 직원 채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던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의 차남은 1992년 신한은행에 입사한 후 고속승진해 신한프라이빗에쿼티 이사까지 오른 뒤 퇴사했다.

1992년은 라 전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였다.

한동우 전 신한금융 회장의 아들은 증권사에 다니다가 한 전 회장이 신한생명보험 대표이사로 재직할 때인 2004년 경력직으로 신한은행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미국 뉴욕지점에서 근무중이다.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의 아들도 신한은행에 다니다가 다른 곳으로 이직했고,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의 딸은 현재도 신한은행에 다니고 있다.

홍성균 전 신한카드 부회장의 아들은 2012년 경력직으로 신한카드에 들어갔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의 딸도 신한카드에서 일하고 있다. 딸은 임 사장이 신한은행 임원 시절인 2012년에 입사하고, 임 사장은 지난해 신한카드 사장으로 선임됐다.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의 아들은 신한카드에 다녔다가 최근에 퇴사했다.

이처럼 신한금융그룹에 자녀가 근무한 적이 있는 전·현직 임원이 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부터 신한금융 임원의 자녀 채용이 구설에 많이 올랐다"며 "금융권 채용비리가 논란이 되는 만큼 이 부분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40년 가까이 된 만큼 임원 자녀가 재직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 아니다"며 "정당한 절차에 따라 채용된 것이지 가점을 받거나 특혜를 받았다는 것은 어불성설"는 입장이다.

그동안 금융기관을 관리감독의 책임을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 채용 비리 사태가 촉발되면서 금융권은 인사 특혜 채용 문제로 한바탕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이 커다란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우리은행은 이광구(61) 전 은행장은 자리를 내려놓은 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김정태(66)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윤종규(62) KB금융지주 회장도 사정당국의 강도높은 수사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용환(66)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금감원 채용 비리에 연루됐다가 비록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여전히 '주홍글씨'로 남아있다.

4대 시중은행 중 금융당국과 검찰의 수사망을 비껴간 곳은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이 금감원이 채용비리 관련 특별검사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인사부의 인사비밀 관련 자료를 모두 파기하고 관련된 PC의 본체를 교체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신한금융그룹 고위직 전현직 임직원들의 자녀 채용 관련해서는 또다른 구설수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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