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백년 만들기 위해선 능력 있고 젊은 분에게 경영 넘겨야”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권오준(68) 포스코 회장이 18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일각에서 정권 압박설도 나오지만 그의 사퇴 배경이 무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권 회장은 18일 8시 대치동 포스코 본사에서 열린 긴급 이사회에서 이사진에게 퇴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권 회장은 이사회에서 “포스코가 새로운 백 년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여러 변화가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중요한 게 CEO의 변화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날 긴급 임시 이사회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의 거취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권 회장은 “저보다 더 열정적이고 능력 있고 젊고 박력 있는 분에게 회사 경영을 넘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부분을 이사회에서 흔쾌히 승낙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주현 이사회 의장은 “권 회장이 경영공백이 없도록 그 기간 동안 자리를 지켜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하며 “새 회장이 선임될 때까지 2~3달 동안 절차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권 회장이 사의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면서 포스코는 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 등의 CEO에 이어 또다시 회장 중도 사퇴를 맞았다. 

향후 새로운 회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지난 2014년 초 취임해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했지만 오는 2020년 3월까지 2년의 잔여 임기를 남겨 놓고 중도하차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불과 19일 전인 지난달 31일에도 권 회장은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정권 바뀔 때마다 포스코 CEO 교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정도에 입각해서 경영을 해나가겠다”며 직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어 이날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탄핵된 박근혜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점에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권 회장 교체설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기는 했지만 갖가지 추측만 나올 뿐이다. 

다만 권 회장은 표면상 건강상의 이유로 권 회장은 포스코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사내외 공모를 거쳐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적으로 후임 후보자를 결정하는 내부 승계 시스템에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두세달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절차를 거치는 과정 동안에는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주현 이사회 의장은 “권 회장의 뒤를 이어 새 회장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이 소집될 예정”이라며 “일정과 절차는 나중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권 회장 직전까지 총 7명의 포스코 역대 회장은 어김없이 정권 교체 후 뇌물수수나 배임·횡령 등의 문제로 검찰수사 또는 세무조사를 받으며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포스코가 2000년 10월 민영화됐지만 이후에도 정권·정부의 영향력에서 순전히 자유롭지 못했다는 방증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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