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오너 일가 불법 비리 확대로 조양호 회장 조치
여론에 떠밀려 미봉책 조치라는 비판 목소리 높아

재벌갑질의 대명사로 떠오른 대한항공 조현아(44) 조현민(35) 자매가 국민적 여론에 떠밀려 한진그룹내 모든 직책에서 내려오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자발적 뉘우침일 것이라고 온전히 믿는 국민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3년 전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가 3년여만에 칼호텔로 복귀한 조현아 사장과 이번 광고업체 직원에게 '물컵투척'과 직원들에게 막말을 자행한 조현민 전무 사건은 국민적 뭇매를 맞기 충분했다. 이어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평소 행동거지와 가족들의 관세 탈루 행태까지 세상에 드러났다.

뒤늦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사진)은 22일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장녀인 조 사장과 차녀 조 전무를 그룹 내 모든 직위에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저의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 및 대한항공의 임직원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며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또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제 여식이 일으킨 미숙한 행동에 대하여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저의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그는 “조현민 전무는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한진그룹 내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조 전무의 물컵투척 사건이 일어난지 10일이 지나서야 이같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배경을 두고 이번 사건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불법 비리로 확대되는데 따른 조 회장의 특단조치로 보인다.

조 전무는 그룹 내 7개 계열사에서 대표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조 사장은 지난달 29일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선임돼 활동을 재개한 바 있다. 

사건이 불거지자 자매의 모친인 이명희 이사장의 갑질 행태도 봇물처럼 터져나왔고, 일가가 해외에서 고급 의류와 가구 등 개인물품을 들여오며 탈세를 일삼았다는 혐의도 나와 관세청이 조 회장 자택과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관세청의 압수수색 하루만에 조 회장이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에도 악화된 여론을 달래기 위한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땅콩회항'으로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던 조 사장이 집행유예 기간에 아무렇지않게 복귀시켰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련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던 조 회장은 세간의 비난이 듣기 싫어서인지, 회사내 큰소리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기 위해서인지 지난 주말 자신의 집무실에 방음공사를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일 일고 있다.

업계에서는 "총수일가의 비리가 드러난 마당에 여론을 잠재우는데는 타이밍을 놓쳤다"며 " 재벌개혁의 근본적해법을 찾기 전에는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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