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현민 자매, 모든 경영서 배제…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약속”
탈세‧밀수 등 의혹에 대해 언급조차 없어…‘반쪽짜리 사과’ 지적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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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조현아·조현민 자매를 그룹 경영에서 배재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사과와 함께 전문경영인 부회장직 등을 신설하는 등 개선책을 함께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여전히 재직 중인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최근 불거진 탈세나 밀수 등 의혹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는 ‘반쪽짜리’ 사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이 같은 사과에도 여론의 반응은 싸늘한데, 일부 네티즌들은 조 회장을 비롯한 조씨 일가가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22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제 가족들과 관련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과 대한항공 임직원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조현민 전무에 대해 대한항공 전무직을 포함해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하고,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사장직 등 현재의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 전무는 현재 맡고 있는 대한항공 전무, 진에어 마케팅본부장 및 전무, 진에어 부사장, 한진관광 대표이사,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게 됐다.

또한 지난달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한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복귀는 한달만에 없던 일이 됐다.

이와 함께 조 회장은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에 부응해 전문경영인 부회장직을 신설해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를 보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유사 사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이 나날이 커지는 와중에도 침묵을 지켰으나 일가가 탈세 의혹을 받으며 관세청 압수수색까지 이어지는데다 자신의 집무실에 방음공사를 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여론이 악화하자 이 같은 수습책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조 회장의 사과에는 탈세나 밀수 등 불거진 의혹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어 또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조 회장의 사과문은 차녀인 조 전무의 ‘물벼락 갑질’에만 집중됐고, ‘최근 한진 일가가 빚은 논란’이라는 표현으로 뭉뚱그려져 있어 각종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적 분노를 가라앉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조 회장이 대한항공에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조 회장의 장남 조원태 사장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석 부회장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조 전무는 지난달 16일 대한항공 본사에서 광고 회의를 하면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을 뿌렸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을 일으켰는데, 이는 어머니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막말 논란’을 거쳐 한진그룹 총수 일가 전체에 대한 불법 탈세 논란으로 확대됐다.

이 때문에 조 전무와 이 이사장은 갑질 논란과 관련해 경찰 등의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됐고, 조 회장의 자녀 삼남매는 관세청의 압수수색을 받는 결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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