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10개 집단 282개 고리에서 6개 집단 41개 고리로 줄어”
“5년새 9만여개에서 99.96% 감소…기업 지배구조 개선 계속돼야”

대기업 그룹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가 지난 1년 동안 85% 이상 해소되면서 사실상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경영현실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 자발적으로 해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분석이다.

공정위는 작년 지정 57개 공시대상 기업집단(31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포함)의 각 지정일(2017년 5월 1일 및 9월 1일) 이후 지난 20일 현재까지 순환출자 변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순환출자 고리는 6개 집단 41개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각 지정일 당시 총 10개 집단이 282개 순환출자 고리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1년 새 85%에 해당하는 241개 고리가 줄어든 것이다. 2013년 7월로 확대하면 순환출자 고리는 9만7658개에서 5년 새 99.96%나 해소됐다.

대기업 순환출자 변동현황(자료-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순환출자 변동현황(자료-공정거래위원회)

순환출자는 한 기업집단 내에서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출자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재벌총수일가는 이를 통해 자본금과 계열사 수를 늘려 기업 지배력을 확대해왔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순환출자 해소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곳은 롯데였다. 

롯데는 한 때 순환출자 고리가 무려 9만5033개로, 당시 전체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9만7658개의 97%를 차지할 정도였지만, 이듬해인 2014년 순환출자 고리를 417개로 대폭 쳐냈고, 이후 작년까지 67개로 줄였다. 

이후 지난해 지분매각과 2단계에 걸친 분할합병을 통해 올해 남아있는 순환출자 고리도 완전히 해소했다.

구체적으로 롯데는 지난해 8월 롯데건설이 보유한 롯데쇼핑 지분을 매각해 순환출자 고리를50개로 줄였고, 이후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등 4개 상장회사의 분할합병 및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8개로 축소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이후 지난 2일  잔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는 대홍기획, 롯데GRS, 롯데로시스틱스, 한국후지필름, 롯데상사, 롯데아이테크(구 롯데정보통신) 등 6개 비상장 계열회사 간 분할합병을 통해 남아 있는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됐다.

롯데는 이러한 방식으로 과세 이연과 세제 혜택 등을 통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했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농협은 순환출자 고리 안에 있는 계열회사 소유지분을 제3자에 매각해 계열 제외하는 방법으로 남아 있던 순환출자 고리 2개를 모두 해소했고, 대림은 남은 1개 고리 해소를 위해 순환출자 고리 안에 있는 대림코퍼레이션이 같은 고리에서 자신에게 출자하는 다른 계열회사인 오라관광의 보유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법을 썼다.

현대백화점은 정지선 회장 등 총수 일가가 지난 5일 순환출자 고리 내 계열회사 간 출자 주식을 사들여 남은 3개 고리를 모두 없앴다. 현대백화점은 아직 순환출자 고리가 남아 있는 기업 대부분도 자발적으로 모두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지난 2015년 9월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형성되거나 강화된 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줄이기 위해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 904만주(4.7%)를 매각했다. 또한 나머지 4개 순환출자 고리를 조만간 해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새로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 1개를 해소하기 위해 고리 내 출자 지분을 제3자에게 전량(7.98%) 매각해 해당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해소 노력은 그간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관행에서 벗어나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이에 따라 이제 순환출자가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에서 차지하던 역할과 비중도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집단들이 순환출자 해소를 시작으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소유‧지배구조를 더욱 개선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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