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우리 1·2금고, 하나·농협 2금고에만 도전…한해 예산만 32조원
주요 은행들 적극적 참여…100여년만에 새 서울시 ‘금고지기’ 탄생 주목

서울시 주거래은행 공개입찰에 나선 시중은행들
서울시 주거래은행 공개입찰에 나선 시중은행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기업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이 서울시금고 입찰에 일제히 도전장을 냈다. 한해 관리자금만 32조원에 달하는 서울시금고는 우리은행이 100여년간 독점적으로 맡아왔는데, 이번에 새로운 서울시금고지기가 탄생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가 현 시금고 은행인 우리은행과의 약정기간이 올해 12월 31일로 만료됨에 따라 공개경쟁 방식으로 차기 시금고를 지정한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들 5개 주요 시중은행은 지난달 30일 오후 6시에 마감한 서울시금고 입찰 공모에 제안서를 제출했다.

기존 시금고 은행인 우리은행을 비롯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1·2금고에 동시 지원했고,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2금고에만 도전장을 냈다.

1금고는 일반·특별회계 관리를, 2금고는 기금 관리를 맡는다.

은행 이외에 상호금융도 2금고에 입찰이 가능하지만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호금융권은 중앙회는 금융기관이 아니라서 참여할 수 없고, 개별 조합이 맡기에는 (예산) 규모가 너무 커서 사실상 도전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연 32조원이 넘는 서울시 재정을 맡기 위한 시중 은행들의 경쟁은 과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단수 금고 체계가 내년부터는 회계관리와 기금 등 2개 금고 체제로 전환돼 은행들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세수가 크고 항목도 수천가지가 되기 때문에 자금 관리의 효율화가 필요하다”며 1ㆍ2금고를 한 은행과 거래해 왔다. 그러나 전국 17개 지자체 가운데 복수 은행 체제가 아닌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고, 타 은행들의 반발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서울시는 올해 공모부터 1ㆍ2금고를 분리해 입찰을 진행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1ㆍ2금고에 중복 입찰할 수 있고, 각 금고별로 최고점을 받은 은행이 선정되는 만큼 같은 은행이 두개의 금고를 모두 맡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1·2금고에 동시 지원했고,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2금고에 제안서를 냈다. 

시 금고 은행으로 선정되면 되면 세입·세출 등을 맡으면서 수익을 낼 수 있고 시 공무원과 가족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선정된 은행은 내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서울시 예산과 기금을 운영하게 된다.

하지만 야심차게 다른 은행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여전히 우리은행이 선정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우리은행은 1915년 조선경성은행 시절부터 서울시 자금 관리를 맡아왔고, 줄곧 수의계약으로 선정하다 공개입찰로 바뀌었으나 금고지기는 여전히 우리은행이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시 금고지기를 하겠다고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서울시 주거래은행’ 상징성 효과와 더불어 정부 교부금과 지방세·기금 운용, 세출·교부금 등의 출납 업무를 통한 수익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서울시 금고지기란 무기로 국민연금공단과 서울시 25개구 가운데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구의 주거래은행 등을 맡고있다.

서울시는 오는 4월 25∼30일 금융사들의 제안서를 접수해 '서울시 금고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라 금융·전산분야 전문가 등 민간전문가와 시의원 등으로 구성되는 '서울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가 제1·2금고를 지정한다. 

평가는 금고지정 심의위원회가 금융기관의 대내외적 신용도와 재무구조 안정성, 시에 대한 대출·예금금리, 시민 이용 편의성, 금고업무 관리능력, 지역사회 기여와 시 협력사업 등 5개 분야 18개 세부항목을 살펴본다.

서울시는 5월 중 각 금고별 최고 점수를 획득한 은행을 시 금고 우선지정대상으로 지정해 통지하고, 20일 안에 시장이 금고업무 취급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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